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교정의 신

오타를 찾아내는 족집게가 있다면?

"go 작가, 책 언제나와?"

"언니, 책 벌써 나왔지?"


요즘 가끔 듣는 말이다. 용돈 책 출간을 계약했다고 2월부터 호들갑이었는데, 

"이제 거의 끝나가"라는 말만 몇 번째 인가?

고뇌의 길고 긴 집필의 터널을 지나면 모두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한 과정인 편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편집은 보통 3번의 PDF 파일 교정을 본다. 이제 마지막 3교 파일을 손에 들고 있다.


처음 출판사로부터 들었던 진행과정은 2교 PDF 파일 수정이 끝나면 3교 파일은 일사천리라 했다. 3교는 작가가 봐도 되고 안 봐도 된 다했는데... 어쩐 일로 내 손에 들려있는가 말이다. 다행인 건 2교 파일을 넘기고 하루 만에 3교 파일이 왔다. 넘겨주셨으니 다시금 수정된 부분과 혹시나 모를 오타를 확인하고 있다.


솔직히 편집 과정은 1~2 달이면 끝날 줄 알았다. 퇴고하고 나면 슬슬 다른 일 하며 여유를 가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오산이었다. 비문과 오타 수정을 위해 밤낮으로 눈에 불을 켜고 글을 읽었다.

읽고 또 읽고, 읽는 것으로 모자라 오디오로도 듣고, 가족들과 모두 모여 또 읽었다. 가족들의 오케이 사인을 받고서야 수정 표기한 파일을 출판사에 보낼 수 있었다.


가족이 함께 나의 첫 책이 될 교정본을 읽는 것은 참 좋았다. 가족의 유대감은 말할 것도 없고, 용돈 교육을 통해 우리가 살아온 과정이 그대로 담기다 보니 각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지내왔는지?

아쉬움은 없었는지?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은지?

모든 것이 토의가 되고 점검이 되었다.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박장대소하기도 했고, 이때는 참 좋다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가족의 사랑을 서로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만, 서로 부족한 부분을 나누기도 했다.


나 혼자 해야만 했던 외로운 교정 과정에 가족들을 참여시키니 더없이 든든하고 좋았다. 그렇게 열심히 들여다본 교정 파일인데 또 보였다. 그놈의 오타가 말이다. 그나마 꼼꼼히 보고 또 보고, 온 힘을 다 쏟았다고 자부심을 가졌건만 손에 든 3교 PDF를 보며 더 꼼꼼했어야 했다고 나 자신을 채찍 했다.


물론 출판사에서도 편집팀에서 모두가 달려들어 나보다 더 열심히 교정작업을 하고 있다. 바쁜 가운데서도 혹시 모를 오류를 찾기 위해 여러 명이 크로스 체킹을 한다고 했다. 디자이너의 손도 바쁘다. 특히 팀장님은 수시로 내 글을 보며 더 좋은 표현이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보며, 더 멋진 책이 만들어지도록 물심양면 고생하고 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처음 원고를 퇴고하고 첫 PDF를 손에 쥐었을 때가 무더운 휴가철이었다.

모두 휴가 계획으로 들떠 있을 즈음, 출판사의 편집팀은 이만저만 수고가 아니었다. 너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에 아이스크림 쿠폰을 보내드렸더니 감사하다며 행복의 이모티콘을 날려 주셨다. 주고받는 언어 속에 그제야 한 팀이 된 듯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친정아버지께 다녀간 휴가에서도 내 손에는 원고가 들려 있었다.


이제 거의 끝났다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어이구 오타가 또 보인다. 맞춤법 검사가 있지 않으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러 번 맞춤법 검사를 해도 글 속에 숨어 있는 오타를 찾지 못한다. 사람이 일일이 살펴야 한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길 기대하며 눈에 불을 켜 봐야겠다.

오타 글 찾아내는 족집게는 없을까?

그런 족집게가 있다면 사고 싶다^^


https://brunch.co.kr/@naarya/254


매거진의 이전글 원고 마감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