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일 문득 열어본 메일에 낯선 편지가 왔다. 발신인은 격월간지 민들레라고 되어있었다. 편지를 여는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릿속에선 파노라마처럼 흐르는 지인, 친인척, 친구... 모두 훑어도 민들레라는 사업체나, 상호를 가진이가 없어 갸우뚱 고개를 저으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발신은 민들레출판사 편집장님이었고, 새해 특집으로 경제 이야기를 하려는데 민감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얘기라 조심스럽게 원고 청탁을 하신다는 이야기였다. 청년시절 혜화동 민들레영토를 만남의 장소로 가끔 이용했었기에 그곳에 전시된 민들레 책은 내 기억에도 익숙하다. 정의에 서서 서민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는 것 같은 느낌, 약자의 편에 서서 열심히 응원가를 부르는 느낌, 청소년들에게 해맑은 꿈을 심어주려는 마음이 잔뜩 묻어 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와는 전혀 일면 일식도, 그렇다고 학생들을 위해 대단한 교육론을 펼친 적이 없기에 다소 의아하여 원고 청탁을 하시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증을 여쭈었다.
편집장님의 대답은 '영끌' 투자 시대의 경제가 과연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부자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제대로 된 '돈'이야기를 해보자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해 보고 투자 열풍이 청년, 청소년에게 잘못 퍼져 인터넷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도 늘어나는 이때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내 책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였고, 책을 읽어 보셨다고 했다.
메일을 읽으며 울컥, 했다.
책을 내고 일부 시선에서는 "그래서, 고작가는 얼마나 벌었어?"라는 비틀린 언어가 뒤통수를 따갑게 하기도 했었고, 책이 단순 돈만 잘 가르치라고 하는 얘기보다 경제도 결국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인성교육임을 말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내 진심을 알아준 독자를 만난 기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글을 빌어 민들레 출판사에 격한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편집장님의 특집 기획안을 받고 보니 막상 OK를 외쳤지만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머리 터지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론적으로는 내 저서를 보고 연락 주신만큼 내가 주장하는 부분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담기로 했다. 그렇게 A4 5장의 칼럼을 썼고, 편집부의 부드럽고 깔끔한 윤문(편집된 윤문을 보고 윤문에 급 관심이 갈 정도로 멋지게 문장을 다듬어 주시는 센스가 있어서 놀랐다.)을 거쳤다.
내용은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
-용돈 관리를 가르치기
-돈의 의미를 배워나가는 일 등이 실렸다.
민들레 vol.139 2022년 1~2월호에 실린 '가정에서 시작하는 용돈 교육'
2022년 1월 15일, 드디어 민들레 vol.139 1~2월호가 발간되었다. 이번 호는
<기획 '영끌 투자'시대의 교육> 꿈, 재능, 그리고 돈_서부원 (역사교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돈'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_권재원 (사회교사) 가정에서 시작하는 용돈 교육_고경애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저자) 영끌사회 출구가 있을까?_홍기빈 (정치경제학자)
이 외에도 독자들을 위한 알짜 정보와 읽을거리들이 종합 선물세트처럼 잘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을 위해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생각한다면 정기구독이나 새해 선물로 선물 구독도 좋을 것 같다.
민들레는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위해 출판과 교육, 연구 활동을 하는 잡지사, 출판사이자 교육단체다. 1998년 8월 『학교를 넘어서』라는 첫 책을 낸 후 지금껏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단행본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고, 1999년 1월부터는 대안교육, 공교육, 공동육아, 홈스쿨링 등 다양한 형태의 배움과 삶을 엮어가는 교육전문지『민들레』를 두 달에 한 번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