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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의 꽃 피는 청춘

매거진 ing: 매일 그날의 일기를 씁니다.
순간마다 찍어 놓은 사진이 빛도 없이 과거로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서 짧은 글과 함께 오늘을 기억하며 기록으로 남깁니다.


형부, 꽃 피는 청춘 '환갑' 축하드려요.

오늘은 딸 부잣집 첫째 사위인 형부의 환갑날입니다. 코로나 시대라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없고, 그냥 지나가자니 서운해서 처제들이 약밥 케이크와 작은 정성의 축하금을 준비했어요. 시골 아버지 집에 가는 길에 잠깐 전달식을 하고 다시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처제들이 준비한 선물 (환갑인데 토퍼에 나이를 줄였군요:)

언니가 결혼을 마음먹고 형부를 소개해주던 때 전 여고생이었어요. 그 당시 1년에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는데 아주 참하신 분이었어요. 바삭거리는 돈가스를 처제들 앞에 밀어주며 많이 먹으라고 수줍게 말하던 순한 총각이었더랬죠.


큰언니 결혼하는 날, 두 분을 축하하기 위해 제가 축가를 불렀는데요, 일찍부터 엄마와 떨어져 타향살이를 했던 동생들에게 큰언니는 엄마와 같은 존재였어요. 그렇게 의지하던 언니를 보내려니 노래 부르다 말고 그만 왈칵! 울고 말았죠. 어찌어찌 축가를 마쳤지만 언니의 결혼식이 끝나고 주위 분들의 위로에 더 훌쩍거렸던 어린 시절이에요.


형부는 자전거 타며 운동하기, 낚시를 좋아하고, 매일 아침 찌개를 끓이고 옷도 잘 다리는 멋진 분이에요. 얼마 전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 다녀오는 길에 형부가 차려준 구수한 북엇국 이야기를 올리기도 했었는데요, 구수한 북엇국만큼이나 술도 좋아하시죠. 출근을 준비하는 일요일 저녁이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다림질하던 형부의 모습은 참 신기하기도 했어요.


딸 부잣집에 첫 사위로 연을 맺은 형부가 어느새 환갑을 맞았다니, 세월이 참 유수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젠 어엿한 사회인이 된 조카들이 아빠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멋진 이벤트도 준비했더라고요. 조카들의 센스에 얼마나 기특하던지 함께 기억하려고 올려봅니다. 로또 풍선은 조카가 카**뱅크 26주 적금으로 모아서 마련했다고 하니 26주 적금 참 유용하네요.


조카들이 마련한 형부의 환갑 이벤트

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 시골로 오니 살을 에이듯 차가운 바람이 볼을 토닥여요. 찬 공기 덕분인지 하늘에 별이 어찌나 반짝이던지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네요. 오리온자리가 한눈에 보여요. 이렇게 많은 별은 처음이라며 아이들과 추운지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봤어요. 지금은 이렇게 많은 별을 보기가 참 어렵지만 전 이 별을 보며 자랐답니다. 그 감성이 작가의 삶을 살 수 있는 한편을 마련해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반짝 빛나는 별이 마침 엄마 얼굴처럼 빛이 나네요.


오리온 자리 밤하늘 / 오리온 자리 지식백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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