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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첫날

매거진 ing: 매일 그날의 일기를 씁니다.
순간마다 찍어 놓은 사진이 빛도 없이 과거로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서 짧은 글과 함께 오늘을 기억하며 기록으로 남깁니다.


연휴 첫날,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직 일을 하고 계신 분도 있을 거고요, 설 연휴 준비를 위해 장을 보신 분도 있을테고요, 긴 연휴의 첫날이라 오랫만에 늦잠으로 방구석 1열을 마음껏 즐기신 분도 계시겠지요.


저는 조금 이른 설 준비로 분주한 하루였어요. 어제는 꽃 청춘의 첫발을 디딘 형부의 환갑을 축하하고 바로 강원도인 친정으로 향했죠. 늦은 밤 글을 올리고, 글 읽고 댓글 쓰고 잠을 청하니 2시였어요. 다른 날 같으면 늦잠을 자겠지만 친정에선 그럴 수가 없어요. 아버지가 홀로 계시니 아침 약 드시기 전에 부지런히 식사 준비를 해야 하거든요. 매일 늦게까지 자고 아점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7시가 조금 넘으니 여지없이 아버지의 기침소리와 함께 아침 준비 언제 하냐고 저의 잠을 깨우네요.


'으~~~~ 짜증 나!'

라고 하고 싶지만, 부스스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합니다. 홀로 시골에 머물고 계신(딸들 집에 있으라 해도 급구 시골이 편하시다고:) 지라 딸의 방문은 아버지에게 식사를 먼저 차려내야 하는 1차적인 움직임이 있어야만 아버지의 투덜거림을 잠재울 수 있거든요. 제가 잠을 더 자기보다 아버지의 투덜이를 잠재우는 게^^ 우선입니다.


부랴부랴 아침상을 비우고 커피를 마시며 딸, 셋째 사위, 아버지 셋은 잠깐의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2시간 가까이 기나긴 토크를 나누었네요. 무슨 얘기가 그렇게 길었을까요? 병환 중에도 살만한 건 연금 때문이라며 개인연금을 꼭 들으라는 아버지의 당부가 있었답니다. 부모님을 지켜보니 65세가 넘어가면 그때부터 가장 걱정 1순위는 병원비예요. 크게 아픈 것은 없었는데 건강 식품, 건강 검진, 소소한 약이 차지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친정아버지는 80이 넘도록 큰 병치레는 없었답니다.(어머님은 60세 넘으니 하나씩 고장난다고 하셨어요) 현재는 좀 많이 불편하신 중이라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도 하십니다.


긴 토크를 마무리하고 저는 연휴에 아버지 드실 음식을 장만하기 시작했어요. 혼자 하는 건 버거운지라 설거지는 아들, 딸, 남편이 한 끼씩 담당하고 전을 부치는 것은 딸이, 잡채를 할 때 채소를 볶는 것은 아들이 도와주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소소한 음식을 장만할 수 있었어요. 요즘은 딸들 각자 한 팀씩 아버지를 방문하니 예전처럼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지 않고 한두 끼 맛있게 먹을 음식만 준비합니다. 


내일은 작은 형부가 아버지를 뵈러 오기로 했어요. 언니가 몸이 좀 불편해서 못 오니 언니 먹을 음식도 조금 더 넉넉히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었죠. 형부야, 언니 맛있게 드세요^^

명절에 빠질 수 없는  잡채와 전


남편이 저녁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뒷정리 제가 조금 더 하고 나니 9시 넘어 친정집을 나설 수 있었답니다. 아버지가 만든 청국장, 가을에 수확한 옥수수 얼린 것, 고춧가루, 감자까지...

친정아버지 만드신 청국장은 일품입니다.


갈 때 비웠던 장바구니를 올 때 다시금 그득히 채워왔어요. 글을 써야 하는데, 화성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은거예요. 부지런히 짐을 내리며 무심결에 하늘을 봤어요.


어머낫!

강원도 친정집 오리온 별자리가 저를 따라왔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지나갔어요.

금요일, 강원도 친정 하늘에서의 오리온 자리 / 오리온자리 (지색백과) / 토요일, 화성 집 하늘에서의 오리온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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