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만들고 엄마가 디자인하다.
사랑하는 딸에게.
율아, 생각나니? 엄마가 처음 씨앗동화 시작했을 때, 우린 언제나 이야기를 만들었지. 종일 집에서 놀다가도, 공원을 산책할 때도, 저녁을 먹을 때도...
네가 지어 낸 동화 속에는 늘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며 재밌는 상황을 만들었고,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으며 생각나는 것을 미처 받아 적지 못할 때는 엄마가 얼른 핸드폰을 켜서 너의 목소리를 녹음했지.
엄마의 하루 시작이 음식 만들고, 식사와 정리, 집안일과 함께 놀아주는 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기에 너와 도란도란 나누었던 그 이야기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그때는 몰랐어. 딸기처럼 새콤한 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그저 신기해서 파일로 남겼을 뿐인데, 이제야 이 음원을 열어보니... 엄마는 가슴이 뭉클하구나.
언제 이런 목소리가 있었지? 생각해보니 오빠는 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달그락 거리며 식사에 열중했고, 엄마에게도 평범한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저녁식사시간이었어.
쉴 새 없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말로 피워내던 너의 7살, 엄마의 육아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몽글몽글하다. 세상 어떤 걱정도 없이 오로지 너희만을 생각하던 시절이었기에 엄마가 지금처럼 작가로 바쁘게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너는 어느새 자아와 이상, 현실을 핑퐁 게임하듯 치고 받으며 지내는 중2가 되었어. 7살 너의 목소리가 부끄럽다고 엄마가 틀면 귀를 막곤 하지만 네가 엄마가 됐을 때 이 영상을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땐 엄마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지... 아마도 그때가 되면 너는, 네 아이와 할머니가 된 엄마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겠지?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보며, 지금과 반대로 엄마는 눈과 귀를 막을 수도 있겠구나.
먼 미래 네가 이것을 보며 엄마를, 너를 몽글몽글 떠올리며 행복해한다면 엄마는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 세상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되겠지.
딸아, 예쁜 너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맙다.
아래 영상은 딸이 7살,
저녁을 먹으며 지었던 씨앗동화입니다.
어느새 2배의 시간이 흘러 중학생 사춘기가 되었습니다.
씨앗동화를 어렴풋이 알아가며 녹음한 시절이에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기록으로 남긴 시간들,
동영상을 만들며 7살 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딸아이가 읊은 동화에 엄마가 디자인했어요.
by. 고경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