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가 옵니다.
비가 오면 무엇이 생각나나요?
저는 감자전이 생각납니다. 강원도 태기산 자락 고랭지에서 자랐기에 감자는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어김없이 감자전을 만들어 주었는데, 쫄깃한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감자를 깎는 일은 제가 하고요, 그 사이 엄마는 강판과 큰 그릇, 면포를 준비하지요. 깎은 감자를 깨끗이 씻은 후 강판에 슥삭슥삭 갈아줍니다. 강판이래 봐야 못으로 송송 구멍 낸 얇은 철판이었지만 감자를 갈기에는 제격입니다. 강판에 간 감자는 아주 보드랍지도, 굵지도 않은 것이 감자가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이 최고죠.
엄마가 감자를 강판에 가는 소리는 빗소리와 함께 경쾌하게 들리기도 하고 구슬프게 들리기도 하지만 금세 만들어질 감자전 생각에 벌써 코끝에서 들기름 냄새가 풍기는 듯합니다. 강판에 갈린 감자를 면포에 바쳐 감자 물을 분리합니다. 분리한 감자 물을 잠시 방치해 두면 뽀얀 전분이 바닥에 가라앉는데 뽀드득뽀드득 소리마저 신기합니다.
엄마는 큰 볼에 감자 간 것, 전분, 굵은소금을 넣고 손으로 휘휘 섞어주고, 숱을 담은 화로 위에 가마솥 뚜껑을 조심히 올려놓습니다. 남겨둔 감자 하나를 조각내 손잡이를 만들어 잡고, 들기름을 찍어 가마솥에 스윽 문지르면 금세 코끝에 전해오는 들기름 냄새가 온 집안을 뒤덮고, 킁킁거리다 못해 부엌을 향하도록 만들지요.
감자 손잡이에 들기름을 찍어 스윽 문지른다. by.선율 들기름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올세라 얼른 반죽을 한 국자 떠 올립니다.
가마솥 위에 봉긋 솟은 반죽을 숟가락으로 문지르며 펼쳐주면 지글거리며 들기름이 감자 반죽에 흠씬 덮이지요. 처음 나오는 감자전을 먹으려고 이미 손에는 젓가락이 들려있고 엉덩이는 들썩들썩 춤을 춥니다. 눈치 없게 입안에선 침이 고이고 입가에 흐르기 직전입니다. 스~읍, 고인 침을 들이마시고서야 꾹 참았던 말을 넌지시 합니다.
"엄마... 감자전 언제 먹어?"
재료를 알아볼까요?
감자 5~6알, 소금 약간, 식용유, 호박약간, 부추한줌(또는 실파)
부슬부슬 비가오니 어릴 적 엄마가 부쳐주던 감자전이 생각납니다.
이런 날은 아이들과 감자전을 부쳐야겠어요.
동화책도 읽어주고, 할머니 이야기도 들려주며 요리를 합니다.
<할머니의 감자>는 할머니와 손주가 금요일 마다 만나 놀이를 합니다. 함께 요리를 하기도 하고, 술래잡기를 하기도 합니다. 어느날 감자를 이용하여 인형을 만들고, 나란히 놓아 둡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1주 2주가 흘러가도 손주는 오지 않습니다.
손주와 함께 만들어 놓은 감자인형은 쭈글쭈글 변하더니 싹이 나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는 아이를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싹이 난 감자를 땅에 묻습니다. 감자는 땅속에서 무럭무럭자라고, 손주가 옵니다. 어색함도 잠시 할머니와 손주는 감자를 캐며 신나게 놉니다. 그리곤 다시금 사랑을 확인하지요.
강원도 고랭지에선 6월이면 감자꽃이 핍니다. '할머니의 감자'라는 외국작가의 동화책을 읽고 감자모양 눈사람도 만들어 봅니다.
할머니의 사랑을 떠올려 보며 감자 인형도 만들고, 감자 전도 만듭니다.
감자를 강판에 가는 일은 큰 아이가
감자와 호박, 양파, 부추에 소금을 넣고 휘휘 섞는 것은 작은 아이가 합니다.
고소한 들기름을 팬에 두르고 감자 반죽을 올립니다. 이내 온 집안을 뒤덮은 들기름 향에 서재에서 일하던 남편도 주방으로 옵니다. 지글지글 소리에 뒤집으려는 찰나 서로 하겠다고 아우성인 아이들에게 뒤집개를 쥐여 주고 말합니다.
"기름 튀니까 조심해야 해"
아이들이 만든 감자전 어떤 맛일까요?
노릇노릇 잘도 구워진 감자전 너도나도 젓가락 들고 한입 가져갑니다.
감자전이 맛있게 구워졌습니다. 맛있는 감자전 만들어 보았으니 할머니께도 해드려야겠어요. 손주가 만든 감자전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할것 같습니다.
요리Tip: 보통 식당에서 판매되는 감자전은 쫄깃쫄깃하며 단단합니다. 이는 가루 전분이나 밀가루를 더 첨가한 맛이며, 만들기에 쉽기 때문입니다. 감자에 함유된 전분만으로 만든 감자전은 부드러워 잘 찢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