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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것이 행복한 아이

200번 째 발행 글

오늘은 둘째의 생일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저의 브런치 200번 째 발행입니다. 일부러 맞춘 건 아닌데 기념일에 맞춤이 되어 더 기쁩니다.


14년 전 오늘, 김옥진 조산원에서 둘째 아이를 낳았어요. 그 당시 선생님이 많이 아프셔서 내 아이를 받아줄 수 있을까 걱정하던 시기였는데, 운이 좋게도 선생님 치료가 잘 되어 훌륭하게 갓난아이를 받아내셨어요. 아픈 몸으로도 아가를 생각하는 마음은 따라갈 자가 없을 것 같아요.


"김옥진 선생님, 존경합니다."


새벽에 배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10분 간격이 순식간에 다가왔어요. 샤워만 겨우 하고 챙겨둔 가방을 부랴부랴 들고 조산원으로 향했죠. 큰아이를 병원에서 힘들게 낳았던 경험으로, 산부인과 병원이 아닌 조산원 출산이라는 길을 선택했어요. 갑상선 질환이 있어서 위험한 상황에서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부담이 있었지만 지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과 권유에 진정 행복한 출산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고 싶었더랬죠.


조산원에 도착하자마자 자리를 잡고 누웠어요. 조산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나긋한 목소리는 불안한 산모를 편안하게 해 주었고, 지금부터 둘째를 맞이 하기 위한 파티라며 흥을 돋워 주시는 말씀에 온 몸과 마음을 맡겼어요.


큰 아이는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새로운 환경에 약간의 불안을 가지고 있을 즈음 조산사 선생님은 동생을 맞이 하는 큰 축하파티라며 기대하라고 아이에게 일러주었지요. 그야말로 출산이 고통이 아닌 행복으로 가득했고 아가를 맞으러 달맞이 가는 심정으로 출산을 했어요.


남편의 위치를 잡아주는 선생님 가르침에 따라 호흡법을 함께하며 남편도 출산에 동참하니 그야말로 서로 협업이 되어 기쁨으로 둘째를 맞이했지요. 14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묻지요. 병원이 있는데 위험하게 조산원을 찾아가느냐고요.


사실 큰 아이를 병원에서 낳을 때 황당한 일이 있었어요. 가족분만실 신청은 했으나 출산 대목이었는지 그날따라 출산을 앞둔 산모가 북적였습니다. 가족분만실에서 행복한 출산을 하고 싶어 추가부담금까지 내며 예약했지만 가족분만실은 정작 출산 직전만 사용했고 뒤처리가 끝나기 바쁘게 분만실을 비워주어야 했지요.


아가가 쉽게 나오지 않자 위험하다며 남편을 분만실 밖으로 내보내고 산모의 배 위에 올라타 배를 누르고 쓸어내리는데 하늘이 노래질 만큼 아픈데도 불구하고 그 수치심과 황당함은 16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답니다. 다시는 출산을 못할 것 같은 불안함이었는데 지인의 소개로 당시 안산에 있던 '김옥진 조산원'을 찾게 되었어요.


이 글을 쓰며 선생님의 근황이 궁금하여 검색을 했더니 와우, 브런치 작가셨네요(김옥진 선생님). 아기 탄생이라는 영상도 제작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 태아 돌리는 1인자랍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밤이라 날 밝으면 선생님 브런치에 가서 인사드려야겠어요^^


김옥진 선생님! 14년 전 선생님이 받아 주셨던 아이가 어느덧 어여쁜 중학생이 되었어요. 커다란 볼을 가지고 놀며 동생을 맞이하던 오빠는 고등학생이 되었고요ㅜㅜ 그때의 행복한 감동이 생각나서 눈물이 납니다:) 흑흑
14년 전 오늘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명랑하며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아이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 학부모 참여수업이 있었어요. 3년 만에 가능한 오프라인 학교 행사라 신청해서 다녀왔죠. 학생들 모두 밝은 표정으로 어두운 구석은 찾아볼 수 없었어요. 담임선생님이신 영어 선생님은 이렇게 만족도 높은 직장이 없다며 업무에 만족하며 흐뭇해하셨고, 반 아이들 모두 개성을 인정하며 예뻐해 주셨죠.


일반 중학교지만 예술 중점학교라 1인 2 악기 연주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악기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학부모들은 꿀 떨어지는 얼굴과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지켜보고 있었죠. 온라인 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도 열심히 연습하고 성장한 자녀가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학교 가는 것이 즐거운 아이,

친구들과 얼굴만 보아도 웃음이 까르르르 이어지는 아이,

어떻게 하면 반 아이들 모두 잘 지낼지 늘 고민하는 아이,

따뜻한 봄에 축복받으며 태어 난 둘째를 내게 주신 하늘에 감사합니다.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https://youtu.be/dc9aA_bMLks


브런치에 용돈 교육, 사는 이야기, 전원주택, 요리와 동화 글을 쓰고, 글을 엮어 책을 만듭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습니다.

작가의 책이 궁금하다면,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YES24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 고경애 | 한국경제신문 i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알라딘: 용돈 교육은 처음이지? (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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