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김치 없이 어떻게 살라고?

긴 장마 끝 찾아온 금배추

코로나 19 팬데믹은 집밥 전쟁이다. 각 가정마다 '오늘은 뭘 먹을까?'에 대한 원초적 고민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낸다. 그나마 위로가 된 것은 김치냉장고에 가득 담겨 있던 김장김치가 매일 밥상에 오르는 행복을 가져왔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고 매일매일 꺼내 먹던 김장김치가 벌겋게 국물만 보이며 바닥이 났다.

김치 없이 하루 이틀을 지내고 나니 도저히 안 되겠어서 장을 보러 간 김에 배추를 찾았다.


한통에 10,000원
배추 가격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50일 넘게 이어진 긴 장마의 후폭풍이다. 우리 집 텃밭에서 키우는 고추, 가지도 작년보다 작물이 부실하다. 당연히 배추도 그렇겠거니 했지만 이건 심했다. 보통 배추 한 통이면 10,000원이라도 김치를 담그면 20일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배추는 단단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보아온 배추가 '특'이라면 이건 '중'크기다. 배추 망은 아예 눈길도 주지 않고 한 통만 들었다 놨다 하며 갈등을 겪다가 그냥 내려놓고 말았다. 김치 맛있게 담근다고 소문난 지인에게 전화해 물어보니 시장이나 다른 마트를 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지인도 배추김치는 포기하고 열무김치를 담갔다고 했다. 마트를 한 바퀴 둘러보다 할 수 없이 얼갈이배추를 한단 샀다. 그리고 아쉬운 대로 겉절이를 담갔는데 얼마 만에 먹는 겉절이냐며 아이들 게눈 감추듯한다. 얼갈이배추로 만든 겉절이 며칠이나 갈까?



8월 말 심은 배추 모종은 90일이 지나야 수확할 텐데 그동안 어쩌나 걱정이 올라온다. 김치도 사 먹어야 할 판이다. 어디선가 지인의 SNS에서 치솟은 채소 가격 때문에 김치를 주문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중국산 배추가 아닌 고랭지 배추와 국산재료로 담근다는 태백 김치, 코로나 핑계로 주문해 봐야겠다. 2019년, 2020년 전국 김치품평회 우수상을 탔다고 하니 믿음이 간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맛을 뛰어넘어 삶의 일부다. 특히 요즘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을 자주 해야 하는 때는 김치 없인 하루도 못 산다. 김치 덕분에 밥상이 외롭지 않았고, 반찬투정 입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봉할 수 있었다. 반찬이 아쉬울 때 걱정 없이 만들었던 김치요리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겁지만 김치사랑으로 탄생한 수많은 요리들이다.


고기랑 야채랑 편식 걱정 없는 김치볶음밥,  신김치가 일품인 김치전, 얼큰한 찌개가 생각날 땐 두부 송송 넣은 김치찌개, 젓가락이 쉴틈 없는 김치 제육볶음, 고기와 함께 따끈한 밥에 싸 먹는 김치 갈비찜, 김치 송송 썰어 넣은 부대찌개, 신김치 고기말이까지 모두 김치가 들어간다. 모두 김치만 있으면 순삭 메뉴들이다.

왼쪽 위 부터_김치 볶음밥_김치찌개_김치제육볶음_김치말이갈비찜_김치등갈비찌개_부대찌개(비봉면 엄마부대)_보쌈김치_신김치고기말이


태풍 영향으로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집콕 신세인데, 신김치 송송 넣은 김치전이 더 그립다.


휴, 김치 없이 어떻게 살까?


 



배추를 사려고 장 보러 갔다가 비싼 배추를 보며 발길을 돌려야 했죠.

그 아쉬운 마음을 담담히 적었는데 Daum 홈&쿠킹에 소개되어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셨어요.

저와 같이 김치 고민하는 분들이 궁금해하셔서 링크 걸어드립니다.

2019, 2020년 전국 김치 품평회 우수상을 타신 '태백 김치' 링크입니다.

국산 배추와 국산재료를 사용하더라고요.

www.bestkimchi.net/


매거진의 이전글 백김치에 담긴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