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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뤂 May 27. 2024

결과가 남지 않아도 사람은 남는다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럴듯한 결과가 남지 않아도 사람은 남는다’는 말.

대학생 시절 대외활동이 막 끝나고 팀원으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대외활동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알게 돼서 자신이 참 행운이라며 들려준 말이었다. 눈에 띄는 결과물을 얻지 못해 속상해하던 내겐 그 말이 내심 감동이었다.


당시에도, 지금도 이 말은 곱씹을수록 마음에 와닿는다. 사람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향 탓에 대학생 때 학생회부터 소학회 및 여러 대외활동들을 해왔는데, 늘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었다. 잘 끝나도 매번 아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느낀 아쉬움은 활동 종료 자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이제 이 사람들을 보기 어렵겠구나‘에 대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눈물로 이별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별하며 쏟았던 눈물이 부끄럽게도, 난 그들과 활동 종료 후 계속 만남을 이어가게 됐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대학교 친구들처럼 나와 평생을 함께할 것 같다는 확신이 안 들어도, 내 결혼식과 장례식에 와줄 사람들일지 알 수 없어도 나와 함께하는 그 순간만큼은 그들과 평생 가져갈 많은 추억들을 쌓았다.

그래서 언젠가 시간이 많이 흘러 자연스럽게 만남이 소원해지고 ’진짜 이별‘이 다가와도 그렇게 서럽지가 않았다. 우린 또 언젠가 다시 마주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사이니까.


대학생 시절 많은 이들과 수없이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난 더 단단해졌다.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게 된 이후 늘 새로운 환경에 가게 될 때면 생각한다.

‘아 이번엔 어떤 사람들을 얻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걱정도, 두려움도, 불안함도 조금은 사라진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금의 나는 성향도 조금 달라지고 ‘사람 좋아 헤헤‘ 강아지처럼 행동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늘 나와 인연을 맺게 되는 사람,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진심으로 그 사람을 그 사람 자체로 바라봐 준다. 내 기준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해도 조용히 들어준다. 난 어떤 사람이든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모습과 안 좋은 모습이 존재하기 마련. 어떤 이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고 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보려 하고 내가 발견한 그만의 장점들을 좋아한다. 크게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은 나와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도 일단 들어본다.


그러다 보면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이 생기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흔히 직장에서는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나는 아니었다. 그동안 내가 속했던 직장에서 늘 ‘내 사람’ 한 명씩은 꼭 만들고 퇴사했다.

내가 그 공동체에 속해있지 않을 때에도 그 사람들과 연락의 끈을 놓지 않으며 서로의 생일 때마다 선물도 보내주고 간간이 안부도 묻는 사이가 됐다.

요즘은 SNS도 잘돼있으니 서로 인스타그램 맞팔을 하고 멀리서나마 일상을 확인한다. 그러다 문득 보고 싶어지면 만날 날짜를 잡고 얼굴을 본다.

우리 모두가 매일을 바쁘게, 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잘 알기에 묵묵히 각자의 삶을 응원해 준다.

이런 은은하게 이어지는 인연이 내겐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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