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곡) 알고싶어 - 마틴스미스
*소설 속 모티브와 콘셉트 외의 인물, 단체, 장소,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유원우와의 첫 인터뷰가 끝난 후, 나연희는 평소처럼 인터뷰를 정리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이상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 해온 많은 연예인들과의 인터뷰는 아무렇지 않게 끝났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유원우의 진지한 눈빛, 그가 털어놓은 고민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부드러운 면모는 나연희의 마음을 미묘하게 흔들었다. 그가 단순히 대세 밴드의 가수일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복잡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인터뷰 후, 나연희는 몇 가지 후속 기사 작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유원우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녀답지 않게 일에 몰입하지 못한 채, 종종 인터뷰 당일의 장면을 떠올렸다. 유원우가 말할 때의 표정, 목소리, 그가 조금씩 보여주었던 서투름과 진지함. 나연희는 직업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날의 순간들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꾸만 스며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쉽게 감정을 받아들일 사람은 아니었다. 나연희는 언제나 감정을 감추고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기분은 그녀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아주 불편했지만, 그가 떠난 후에도 그가 남긴 흔적이 여전히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나연희는 유원우와의 두 번째 만남을 맞이하게 됐다. 그와 함께한 인터뷰 후속 작업과 관련된 간단한 자료 정리가 더 필요했다. 나연희는 매니저를 통해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가 했던 이야기를 다시 제대로 확인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와의 대화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스케줄 바쁠 텐데,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닐까. 후속 작업 요청을 받아들일지 알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원우 씨. 바쁘실 텐데 연락드리게 돼서 죄송합니다. 이번에 인터뷰 관련해서 몇 가지 더 질문드릴 게 있어요.]
그의 대답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네, 알겠습니다.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필요하시다면 다시 갈게요. 전혀 문제 되지 않아요.]
이번엔 그와의 대화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진 첫 만남과 달리, 두 번째 만남은 조금 더 여유로웠다. 유원우는 언제나처럼 따뜻한 목소리로, 나연희의 질문에 답을 하며 조금씩 편안해졌다. 그녀도 처음처럼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고, 유원우의 생각을 더 듣고 싶어졌다.
"활동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나연희가 자연스럽게 물었다.
유원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리 밴드가 처음으로 큰 무대에서 공연을 했을 때,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팬들이 우리의 노래를 따라 부를 때, 그때 모든 게 정말 의미 있게 다가왔죠."
그의 말투는 진지하면서도 감동이 묻어났다. 나연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말하는 그 순간을 상상했다. 작은 공연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성장해 온 그였기에 그 순간이 얼마나 감회가 새로웠을지 알 것 같았다. 동시에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고, 팬들에게 진심을 다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가 전하는 감정에 쉽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차갑게 물어보았다.
“팬들의 사랑이 그렇게 큰가요? 그만큼 부담감도 커지지 않나요?”
유원우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곧 미소를 지었다. “부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게는 그 부담을 이겨내는 순간들이 제일 소중해요. 팬들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건 힘들지만, 그들이 원하는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진지한 답변에 나연희는 다시 한번 그를 보았다. 유원우는 자신이 대중 앞에서 항상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도, 그 속에서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멋지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원우 씨는 어떤 부분에서 자신을 숨기고 있나요?” 나연희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갔다.
유원우는 잠시 고개를 돌리며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제가 가장 숨기고 싶은 부분은, 제 약한 모습이에요. 사람들은 저에게 항상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길 원하니까. 하지만 때로는 그 기대감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 말에 나연희는 조금 놀랐다. 무대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항상 완벽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 약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부담과 갈등을 뭔가 알 것 같았다.
“원우 씨는 사람들에게 그런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신가요? 팬들은 원우 씨의 어떤 모습이든 다 좋아하고 응원하지 않을까요?“ 나연희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조용히 대답했다. “사실, 팬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두려워요. 나를 좋아해 주는 내 사람들이 사라지거나 지쳐 떠날까 봐요. 하지만 점점 그런 걱정을 덜어내고 싶어요.”
나연희는 그의 말을 들으며, 그가 얼마나 외로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의 속내를 알게 된 그녀는 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 유원우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가 얼마나 그 고통을 견디며 성장했는지 느껴졌다. 유원우는 팬들과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애쓰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부단히 싸워온 사람이었다.
“그럼 그 부담과 걱정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으시나요?" 나연희는 조금 더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유원우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완전히 이겨낸 건 아니에요. 여전히 그 부담감 속에 살고 있죠. 하지만 그런 감정을 더 이상 숨기지 않으려 해요.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팬들에게 제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진중하게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고, 나연희는 그가 진심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연희는 유원우가 그동안 얼마나 자신을 감추고 살았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그 감정을 풀어놓고 싶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팬들에게도 결국은 모든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나연희가 다시 물었다.
"네, 팬들에게도 진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저를 좋아해 주는 이유가 제 음악인 것도 있겠지만, 제가 진심을 다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한 모습 때문도 있길 바라요.”
그의 말에 나연희는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 울림을 느꼈다.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고민 속에서 진정성을 찾으려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유원우의 눈빛이 변하면서, 나연희는 그가 대중의 시선 속에서 얼마나 외로웠을지를 상상했다.
"원우 씨, 당신이 그 모든 고통을 겪으며 마침내 성장을 이뤄낸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거예요." 나연희는 조용히 말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나연희는 마음속에 떠오른 감정을 한 번 더 정리했다. 유원우가 그저 대중적인 가수가 아니라, 그 안에 깊은 고민과 갈등을 가진 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강한 모습 뒤에는 많은 약점과 불안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나연희는 여전히 직업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했지만, 연예인이 아닌 일반 사람으로서의 그를 더 이해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 마음은 점차 커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