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곡) 인사 - 김경희
*소설 속 모티브와 콘셉트 외의 인물, 단체, 장소,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3주 전-
유원우는 매니저와 함께 회사 내 카페 한 구석에 앉아 있었다. 바깥으로는 늦겨울의 희미한 햇살이 비치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창밖이 아닌 휴대폰 화면에 머물러 있었다. 나연희 기자의 이름이 적힌 기사였다.
"형, 저 이 기자님한테 인터뷰 요청하면 좀 이상할까요?"
매니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무슨 인터뷰? 앨범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 이미 예정돼 있잖아.”
유원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더 제대로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저에 대해 잘 아는 사람하고, 진짜 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자리에서. 둘이어야 해요.“
사실, 유원우가 나연희를 처음 보게 된 곳은 며칠 전 자신의 솔로 앨범 기자간담회 현장이었다. 수십 명의 기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유달리 눈에 띄었다. 초롱초롱한 눈빛도, 던진 질문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원우 씨는 이번 앨범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어떤 부분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하시나요?"
”원우 씨라는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곡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대부분의 질문이 앨범 성적, 콘셉트, 팬 반응 같은 뻔한 것들이었지만, 그 질문만큼은 달랐다. 마치 그의 음악과 생각을 제대로 읽어낸 사람처럼, 무엇을 말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던진 질문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그가 하는 음악을 궁금해하는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의 기사를 몇 번 찾아 읽었다. 날카로운 시선과 솔직한 문장들. 그러나 불필요한 비난이나 과장은 없었다. 그냥, 사실을 기반으로 한 냉철한 관찰과 그 속에 은근히 스며든 이해와 공감.
"형, 연락해 보세요. 회사 공식 루트 말고, 개인적으로."
매니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피식 웃었다. "뭐, 이상한 건 아니지. 인터뷰야 원래 필요하면 하는 거니까. 근데 너 좀 느낌이 다르다?”
그렇게 며칠 뒤, 나연희의 메일함에는 한 통의 짧고 간결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인터뷰 요청 – 가수 유원우]
안녕하세요, 나연희 기자님. 지난번 기자간담회에서 뵈었던 유원우입니다. 당시 기자님께서 던진 질문이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개인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어 연락드립니다. 가능하시다면 편한 시간에 답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연희는 메일을 읽고 잠시 멈칫했다. 인터뷰는 늘 해왔던 일이었지만, 이번엔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앨범 발매 기념 라운드 인터뷰도 유원우의 팬인 선배가 가고 싶어 하길래 양보했던 그녀는 생각지 못한 요청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날의 인터뷰도 그저 업무의 연장선에 불과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준비된 답변을 받아 적고, 무난하게 마무리될 자리. 그런데 어쩌면 유원우는 그 짧은 만남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나연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메일 창을 닫고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일은 일일 뿐. 하지만 묘하게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기분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나연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메일 창을 다시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RE: 인터뷰 요청 – 가수 유원우]
안녕하세요. 유원우 씨 측에서 직접 연락을 주셔서 놀랐습니다. 일정 확인 후 가능하신 시간에 맞춰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장소와 형식에 대해 알려주시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내기를 누르고 나니, 마음이 이상하게 어수선했다. 바로 그때, 편집장이 다가와 나연희의 어깨를 툭 쳤다.
"무슨 좋은 일 있니? 표정이 좀… 묘한데?“
나연희는 재빠르게 화면을 닫으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좋은 일은요 무슨~ 그냥 일 중이죠.”
편집장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자리로 돌아갔고, 나연희는 슬며시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별것 아닌 인터뷰 하나가 괜히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우스웠다.
다시 띄운 노트북 화면 속, “보낸메일함"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메일을 한 번 더 확인하고는 이내 덮어버렸다.
’그냥 일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하지만 창밖을 바라보는 나연희의 시선은 어쩐지,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인터뷰 확정되면 편집장께 보고드리고 이왕 할 거 제대로 준비해 보자.‘ 그녀는 굳세게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