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곡> 자꾸만 너 - 소수빈
*소설 속 모티브와 콘셉트 외의 인물, 단체, 장소,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나연희는 아침 일찍부터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마감 기한이 임박한 기사들을 정리하면서도, 유원우와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의 말, 그의 눈빛, 그가 그녀에게 느꼈던 감정.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녀는 여전히 그 감정이 어디로 향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기자가 되기 전부터, 기자로서의 자신과 취재원과의 관계는 항상 명확해야만 했다. 하지만 유원우와의 관계는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모호하게 느껴졌다.
“나 기자, 이 기사 마감 오늘이죠?” 편집장의 목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네, 지금 정리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편집장이 떠나자, 나연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기자라는 직업은 분명히 여러 가지 경계를 지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유원우는 그녀가 그런 경계를 허물게 만든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날 오후, 유원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바쁘세요?]
기억 속에선 그날의 대화가, 그녀에게도 남아 있었다. 그가 왜 자신에게 끌렸는지, 그 진심을 들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에는 미묘한 감정이 생겨났다. 단순히 호기심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끌리고 있었던 거다.
[잠깐 시간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약속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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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네요. 그때 이후로 더 바빠졌나요?”
나연희는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와 기사는 계속 쌓여가는데, 그거 다 처리하는 게 일이죠. 근데 뭐, 저도 즐기는 일이니까요.”
그들은 조용한 카페 구석에 앉아, 잠시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셨다.
그러다 유원우가 말을 꺼냈다. “그때 말했었죠. 내가 기자님에게 끌린 이유.”
나연희는 잠시 눈을 마주쳤다. “네, 기억해요.”
“그런데, 그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엔 단순히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내가 이 사람을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고… 그게 그냥 넘을 수 없는 선이 되어버렸어요.”
나연희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제 그 선은 넘고 싶은 건가요?”
유원우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게 문제죠. 여전히 그 선을 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선을 넘으면, 결국 기자님도 위험해질 거고.. 그걸 알면서도 저는 계속 이쪽으로 끌려들고 있는 것 같아요…"
나연희는 그가 던진 말에 잠시 숨을 고른 후, 조용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계속 만나는 건… 지금처럼 그냥 서로 알고 지내는 정도로 두는 게 맞을까요?"
유원우는 조금은 당황한 듯, 하지만 고백하듯 말했다. “그게 가장 좋겠죠. 하지만 그게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는 것도 알아요.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너무 가까워져가고 있으니까요.”
나연희는 그 말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이 관계가 더 깊어지면, 결국 그녀가 잃을 것도 많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를 만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린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젠 이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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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우리 그만 만나는 게 좋을까요?” 나연희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힘을 주어 말했다.
그 말에 유원우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조금 웃은 뒤 고개를 올렸다. “그런 건 아니에요. 나는 그저 우리가 나아가는 길이 더 복잡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나연희는 숨을 깊게 쉬었다. "그래도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면… 내가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생길 거예요. 그게 내가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이라면, 그걸 잘해야겠죠."
유원우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러면 나도 이 관계에 대해 더 신중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을 끝낸 후, 잠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그 침묵은 둘 다 아는 것이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것, 그러나 멈추기도 어려운 감정이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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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공백 끝에, 나연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로의 마음과 달리 무거워진 분위기가 살짝 불편해졌다.
“요즘 정말 정신이 없어요. 새 드라마 제작발표회는 넘쳐나지, 영화 언론시사회, 아이돌들 컴백 인터뷰까지… 하루에 세 군데씩 뛰어다닌 적도 있어요. 이 일은
정말 체력이 반은 차지하는 것 같아요.”
유원우의 눈이 커지자 그녀는 말을 덧붙였다.
”현장 취재는 당연히 많고, 스타들 인터뷰 요청도 줄줄이 들어오고 있어요. 매일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 듣고 정리하고, 그날그날 처리해야 할 이슈도 많고, 짬 내서 기획 기사도 준비하고… 조금 쉬었다 싶으면 또 현장 다녀와야 하고요.”
유원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고단함을 이해했다는 듯, 잔잔히 웃었다. “듣기만 해도 숨 막히는데요? 기자님은 대단해요. 저라면 벌써 기절했을지도.“
나연희가 폭소하자 유원우는 그녀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어쩐지 요즘 기사 많이 보였어요. 기자님 이름 붙은 기사 보면 괜히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물론 저는 이미 구독도 완료했지만요.(찡긋)“
나연희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맙네요. 근데 요즘은 취재 일정이 너무 많이 겹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이런 잠깐의 시간이 되게 소중하게 느껴져요.”
그러자 유원우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어쩌면 기자님이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사람들이 기자님 글 기다리는 거죠. 바쁘다는 건 당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나연희는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좀 위로가 되네요.”
유원우는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그야 제가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기자님이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그 순간, 나연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바쁜 하루 속에 스쳐 지나가는 대화 같지만,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컵을 내려놓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가끔 저도 왜 이렇게 사나 싶을 때 있죠. 그런데 좋은 사람들 만나고, 현장 분위기 느끼면서 새로운 걸 기록할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또 힘이 나더라고요.”
유원우는 그런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멋지네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 진짜 멋있어요.”
나연희는 그의 따뜻한 말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원우 씨도 그러잖아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하지만 따뜻한 공기가 흘렀다. 서로 바쁘게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이렇게 잠깐의 쉼표 속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음이, 이 순간이 그들에겐 그저 작은 선물 같았다.
잠시 후, 유원우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바쁘면.. 저 같은 사람 만날 시간은 있어요?”
나연희는 다시 컵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없어도 만들어야죠. 좋은 사람 만나는 것도 일만큼이나 소중하니까.“
유원우는 그 말을 듣고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말, 지금 저한테 한 거 맞죠?”
나연희는 시치미를 뚝 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글쎄요. 알아서 생각하세요. 근데 사실 당신도 저만큼, 아니 저보다 더 바쁜 사람이잖아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유원우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정말.. 기자님 스타일 대단하네요. 아직 좀 더 적응이 필요해..“
잠깐 웃음이 멎고 다시 조용해진 순간, 유원우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나 기자님이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저랑 시간을 내주는 게… 정말 고마워요. 제가 그 마음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연희는 잠시 그 말을 곱씹고, 이내 미소로 대답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본인도 많이 바쁘고 저 역시도 늘 바쁜 사람이라는 거 알면서도, 제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거.. 그거 정말 큰 힘이 돼요.”
유원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앞으로도 계속…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네요.”
나연희는 잠시 유원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도 이렇게 잠깐 멈춰 서서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 재고 따지는 것 많은 세상에서 서로에게 진심일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두 사람에게는 불안함 속에서도 가장 큰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