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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 May 29. 2023

반떼이민쩨이, 고난의 일주일

잊을 수 없는 개미와 빗방울

지난달에 집을 구하러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지방에 뭐 부족한 게 많긴 하겠지만 집 잘 구하고 출퇴근할 차 있으면 별로 문제 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좋은 집'을 찾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추천받은 집을 몇 군데 보러 다니는 동안 앞으로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었다. 다행히 외관도 내부도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집을 보고 바로 계약했었다.


파견 일주일, 한 주가 지나는 동안 참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처음엔 더위였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 단층구조인 집 전체가 달궈지면 에어컨 두 개를 아무리 빵빵하게 틀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11시가 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섭씨 40도가 일상인 이곳에서 더위에 취약한 집이라니.


그다음엔 취사가 문제였다. 계약서에 분명 Stove를 포함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Stove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이사 온 지 4일 만에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렸다. 직원 한 명이 가스버너 하나를 한 손에 들고 쓱 들이민다. 가스레인지도, 인덕션도 아닌 부탄가스를 넣는 버너라고? 황당해하며 일단 받아들였는데 버너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기름에 절고, 녹이 슬어서 켜면 당장 폭발이라도 할 것 같았다. 취사도구라고는 물 끓이는 전기포트 하나 달랑 있는 집에서 계란 프라이 하나 못 부치고 일주일이 지났다. 음식은 시켜 먹거나, 가끔 물을 끓여서 봉지라면을 컵라면처럼 익혀먹었다. 가스레인지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둥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다음은 개미다. 며칠 전 잠을 자다가 목 뒤가 너무 가렵고 따끔거려서 새벽에 깼다. 뭔가에 물린 건가 싶어서 약을 찾으려고 불을 켜보니 내가 베고 있던 베개위에 개미떼가 새까맣게 몰려 있었다. 개미떼 위에 누워있었던 것이다! 개미가 물면 딱딱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굉장히 가렵다. 침대 위에 와글와글 몰려있던 개미떼의 광경도 너무 충격적이라서 온몸이 다 가려웠다. 시트를 걷어내고 살충제도 뿌리고, 대충 침대 끝에서 불안하게 잠을 잤다. 다음날 약을 뿌리고 침대시트도 다 바꾸고 나니 개미가 더 이상 올라오진 않았다. 도대체 그날 개미가 왜 꼬였을까? 침대 위에서 무언가 먹은 것도 없고, 그전까지는 침대 위로 개미가 올라온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이유를 모르니 잠을 자려고 누울 때마다 께름칙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엔 다리가 손가락만 한 커다란 거미가 두 마리나 기어들어왔다. 거미는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침실을 기어 다니는 꼴을 도저히 봐줄 수는 없었다. 의연하게 쓱 집어서 밖으로 던져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난 혼자서 소리 지르며 살충제를 뿌려대는 인간밖에 되지 못했다. 개미에 물린 다음날이라서 더욱 심난했다. 방충망을 달아달라고 요구했더니 다음 주에 설치해 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우기가 시작됐는지 지난주 내내 비가 왔고, 주말을 집에서 보내보니 더위도 한풀 꺾여서 한낮에도 그리 덥지 않다. 주문한 전자레인지와 인덕션도 도착해서 일단은 취사도 가능해졌다. 방충망도 달 거고 침대시트도 자주 갈아달라고 할 예정이라서 개미와 거미, 다른 벌레들도 일단은 좀 안심이다. 그런데!


오늘은 방에 비가 샌다.


저녁 무렵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쏴아아 하고 비가 퍼붓는 소리를 들으며 거실에 앉아 일기도 쓰고 공부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방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 한쪽이 젖어 있고, 바닥은 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첫날,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눈에 띄었던 천장의 얼룩. 어쩐지 불안했는데 바로 그곳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침대 주위의 책들을 치우고, 선풍기나 데스크톱의 전원을 뽑았다. 매니저에게 밤새 비가 오면 이 집에 있을 수 없으니 다른 방을 달라고 요구했고, 속옷과 노트북을 챙겨서 다른 건물에 있는 방으로 왔다.


천장에 비 새는 걸 고치려면 얼마나 걸릴까? 매니저는 내일 바로 고쳐주겠다고 말했지만 과연 하루 만에 뚝딱 고쳐지는 것 일진 모르겠다.


심난한 밤이다. 이러려고 여기에 와 있나 싶다. 생활의 작은 불편함들이 큰 불만으로 번져간다. 내일 출근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 한숨이 나온다. 사람을 파견하고 일이 진행되기를 바란다면, 파견된 사람이 일 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아도 될 만큼의 환경을 배려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아직 아무것도 갖추어지지 않았다. 차도, 직원도, 사무실도! 그리고 집도!


우선은 천장 보수가 빨리 끝나길 기다려보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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