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습하고 더운 공기가 훅하고 온몸을 둘러싼다.
이곳 캄보디아 서북부 지역은 12월 중순이 되도록 시원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오늘도 낮에 외출을 했다가 뜨거운 햇살에 못 이겨 볼 일만 후다닥 보고 들어왔었다.
라오스에 살 때는 12월과 1월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살았었다. 한낮에도 온도가 적당해서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즌이기도 했다. 캄보디아는 라오스보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니 더 더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좀 너무한다. 몇 달 전 씨엠립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분이 이 시기에 가끔 밤에 한기가 느껴져서 전기장판을 쓰기도 한다기에 라오스랑 비슷하겠거니 기대했다.
그런데 이미 동남아의 겨울은 건너뛰고 혹서기로 돌입해 버린 것인지 오히려 더욱 더워지고 있다. 같이 일하는 현지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원래는 시원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장 좋은 계절인 봄과 가을이 사라지 듯, 이곳도 가장 좋은 계절이 사라져 가는 것일까.
며칠 전부터 해가 지면 숙소 앞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앞에 작은 원두막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잠시 올라가서 놀았다. 해먹이 걸려 있어서 밀어주면 그네 타듯 좋아한다. 평소엔 이곳 직원들이 누워서 쉬는 곳이다.
아이가 탄(?) 해먹을 밀어주며, 화려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감상했다. 이 동네는 언제쯤 시원해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한참 동안 비가 세차게 내린다. 위키백과에도 캄보디아는 10월부터 4월 사이에 건기이고, 특히 11월~1월 사이는 '초가을 날씨로 매우 시원'하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여전히 뜨겁고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온다. 확실히 날씨가 이상해졌다.
오래전 라오스 남부에서 지낼 때 크리스마스 날 호텔의 루프탑 식당에서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했었다. 특별한 기분을 내고 싶어서 평소 자주 가지 못하던 곳에서 모인 것인데 추워서 오들오들 떨며 앉아있는 서로의 모습이 우스워 깔깔대던기억이 난다.
쉼표 같았던 시원한 날씨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