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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 Apr 12. 2022

불편한 편의점, 작은 관심이 주는 편안함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의 줄거리는 서울 작은 골목의 한 편의점에 수상한 사람이 직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동네 사람들과 겪게되는 소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들이다.



불편한 사람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주인공은 '독고'라는 노숙인이다. 노숙인을 한 번이라도 만나 본, 아니 맞닥뜨려 본 사람이라면 '불편한'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그 불편함의 이유는 외형적인 것에서도 오지만, 무엇보다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노숙인에 대해 알지 못한다. 막연히 그들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을 뿐이다.

불편함 편의점 속 Always 편의점 주인인 염여사의 삶에 갑자기  노숙인 독고가 출현했을 때, 그녀 역시 두려움과 걱정으로 복잡한 심정이 된다. 다른 편의점 직원들도 마찬가지고, 편의점을 찾는 이웃들도 그러했다. 나는 '불편한 편의점'을 '불편한 사람'이 있는 편의점으로 이해했다.

'불편한'의 또 다른 말은 '모르는'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독고를 불편해했던 이유는 알콜성 치매로 과거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정말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단절된 사람들



불편한 편의점 속 독고는 각자의 고민과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조금씩 스며든다. 공무원 시험공부를 한다고 취직을 미루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시현,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힌 아들과 사이가 틀어진 오여사,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매일 밤 편의점 앞에서 '참참참'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민,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2년 동안 제대로 글 한편 쓰지 못한 인경, 그리고 한탕주의에 빠진 염여사의 아들 민식과 그가 몰래 고용한 흥신소 곽까지.

이들은 하나같이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직업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인생은 세상이 정한 답대로 흘러가지 않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남을 원망할 때마다 마음의 문이 닫히고 결국 외로워진다. 진심을 전하는 것에도 서툴고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어렵다. 단절은 또 다른 단절을 낳는다.

인물들 중에서 가장 단절된 사람은 독고다. 그는 그의 인생 전체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그런 그가 단절된 관계, 감정, 꿈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지는 매력인 것 같다.




소통



소설은 해피엔딩이다. 사람들은 독고의 어눌한 한마디, 어색하게 건네는 옥수수수염차 같은 것에 마음이 풀어지기도 하고 고민의 해답을 얻기도 한다. 독고는 정답을 말해준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사람에게 그 순간 필요한 말 한마디, 옥수수수염차 하나를 건넬 뿐이다. 선문답을 하듯 깊은 의도를 가진 행동이라기보다 작은 '관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소설에서 '불편한 편의점'은 '진열해놓은 물건 종류도 적고 이벤트도 다른 데 비하면 없는 편이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이 되는 것도 아닌' 진짜로 불편한 편의점이다. 그런 곳에서 사람들이 '편안함'을 찾아갔던 비밀은 '관계'에 있었다. 처음 보는 노숙인은 불편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 후에는 더 이상 불편하지 않은 것과 같다.

우리의 실제 인생은 소설보다 더 꼬여있고, 쉽게 해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해결의 시작은 '소통'을 통해 작은 '관계'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소설은 말해준다.



불편한 편의점은 굉장히 읽기 '편안한' 소설이다. 우리 주변인처럼 악의는 없지만 서툴러서 서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중충한 날 따뜻한 방에 엎드려 읽는다면 더없이 편안한 소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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