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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 Apr 23. 2022

쇼코의 미소, 멀어짐에 대하여.


‘쇼코의 미소’ 속 단편들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은지는  년이 지났지만, 리뷰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다시 떠올리며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때쯤에 나와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지인  명이 추천해주었던 책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쇼코의 미소' 단편집인데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쇼코의 미소', '씬짜오, 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한지와 영주' 너무 현실적인 '관계의 멀어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도  작품들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늘 기승전결이 확실하다. 스토리의 기승전결뿐 아니라 '관계'의 기승전결도. 만남과 헤어짐의 경계가 분명하고 오해와 다툼 뒤에는 언제나 화해가 있다. 그런 삶은 얼마나 홀가분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관계가 그렇던가? 알게 모르게 상처받고 알게 모르게 멀어진다. 그리고 그런 관계는 인생에 진한 자국을 남기고 만다. 나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의 그런 관계들에 대해서 떠올렸다. 싸운 적도 없지만 이제는 화해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 헤어진 것이 아니라 멀어진 사람들 말이다.


오늘은 '쇼코의 미소'만 리뷰해보려고 한다.


지구와 달 같은 관계


'쇼코의 미소'는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만난 일본인 쇼코와 소유, 그리고 그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짧은 소설 속에는 소유와 할아버지의 관계, 엄마와의 관계, 소유와 쇼코의 관계, 쇼코와 쇼코의 할아버지와의 관계, 쇼코와 소유의 할아버지와의 관계들이 촘촘히 들어차 있다.


쇼코라는 아이는 소유의 집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고 있거나, 서로에게 무관심해 보였던 소유의 엄마와 할아버지는 낯선 쇼코에게는 친절하고 따뜻하다. 쇼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가족들이 서로 다른 모습들을 보게 되는 장면들에서 매일같이 얼굴을 보고 사는 식구들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달과 지구처럼, 언제나 함께 하고 있지만 한쪽 면만을 보여주고 있는 관계 같다.


쇼코가 돌아가고 나서도 소유와 소유의 할아버지는 펜팔로 우정을 이어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고, 소유의 인생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동안 쇼코에게서 연락이  끊긴다. 소유가 쇼코를 보러 현해탄을 건넜을 , 소유는 쇼코의 맥없고 기이한 모습에 충격을 받고 돌아온다. 어쩌면 소유는 자기 인생에 골몰하느라 다른 사람들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는 성격인 것처럼 보인다. 그게 굉장히 한때 나의 모습과도 닮아서 소설을 읽는 내내 창피해서 어딘가가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소유는 쇼코에게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느낌에 취해 쇼코가 듣기 거북할  있는 말들을 내뱉어 놓고는 오히려 쇼코를 소름 끼쳐하며 도망친다.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 지구와 달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서로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일지도. 애써 다가가 달의 뒷면을 보는 것은 위험하다. 서로가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관계, 멀어짐에 대하여


소설에서 소유의 할아버지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소유에게는 언제나 집에 틀어박혀 무뚝뚝하고 잔소리나 하는 할아버지지만, 쇼코는 소유 할아버지의 반대쪽면을   있는 사람이다. 이런  역시 소유의 쇼코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소유가 쇼코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상대와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고 열등의식과 우월감이 교차하는 감정. 소유가 처음 쇼코를 만났던 시절에 그녀의 미소를 보며 느꼈던 '서늘' 느낌이 그런 감정을 말해주는  같다. 관계의 멀어짐을 만드는 모순되고 묘한 감정들의 묘사가 지나칠 정도로 섬세하다.


소유는 쇼코를 좋아한다. 소설 속에 '우정 같은 연애가 있고 연애 같은 우정' 있다는 문장이 나온다. 소유는 어린 시절 어쩐지 자기보다  어른같이 느껴지는 쇼코에게 자신도 특별한 누군가가 되고 싶어 했던  같다.  마음이 오히려 쇼코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했고, 후에 다시 쇼코가 소유를 찾아왔을 때도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소유가 꿈을 좇는 지난한 과정, 쇼코의 진실, 할아버지의 죽음이 차례로 이어지며 소유는 조금씩 가족들, 그리고 진짜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옮겨간다. 어쩌면 너무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내 이야기 같기도 했다가 또 주변의 누구인 것 같기도 했다가 하며 읽었는데 그 하찮은 감정들이 관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 떠올리게 됐다. 관계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지, 왜 어떤 관계가 멀어지게 되는지, 다시 되돌아오지 못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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