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랑해"에 "나도 사랑해"라고 하지 못하는 매우 구차한 이유!
["사랑해~"에 "나도 사랑해"를 듣고 싶다고 서운해하는 연인 때문에 뭔가 대답은 해야 할 것 같지만 "나도 사랑해~"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아 난감한 사람을 위해 쓰는 글]
우리는 연인에게 "사랑해, 사랑한다.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먼저 사랑한다는 문장부터 해체해보자.
'사랑'+'한다'라는 명사+동사가 결합한 문장이다.
사랑은 ‘추상명사’로 침대, 자동차처럼 눈에 보이는 사물이 아닌 서로의 이념, 가치, 사회적 관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단어다.
‘사랑’이라는 ‘추상명상’의 정의는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정의하지는 않겠다.
다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하다"라는 동사다.
"하다"라는 동사의 뜻은 일반적으로 아래 3가지 뜻을 가진다.
1. 행동을 나타내다 :
특정한 행동이나 동작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
2. 상태를 나타내다 :
어떤 상태나 상황을 나타냄
3. 의사를 표현하다 :
어떤 의도나 생각을 표현할 때
(출처:뤼튼)
("하다"의 뜻을 더욱 구체적으로 세분화할 수도 있지만 위에 보편적인 3가지 뜻으로 "하다"를 정의하겠다.)
즉, '사랑하다'는 말은 사랑이라는 행동, 사랑하는 상태, 사랑한다는 의사 표현이다.
"사랑하다"는 사랑이라는 행위를 하는 것, 사랑이라는 상태, 사랑한다라는 의사표현이라는 것을 먼저 짚어 두고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 사람. 즉 “사랑해~”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받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받다"는 "다른 사람이나 대상이 가하는 행동, 심리적인 작용 따위를 당하거나 입다"(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이다
(유레카다!!!(라고 쓰고 '국어사전 사랑한다!'))
나처럼 연인이 먼저 "사랑해"라고 말하면
"나도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우리가 "나도 사랑해"라고 먼저 "사랑한다"라고 말한 연인의 말에 대응을 할 필요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랑해"라는 말을 그저 받아내면 된다.
예를 들면,
연인 중 한 명이 먼저 "사랑한다"라고 말을 했다고 하자. 상대방이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사랑해"라고 받아치는 경우는 "사랑해"는 언어의 핑퐁게임이 되고 만다.
"내가 사랑한다고"-"나도 사랑한다고" "아니야 내가 더 사랑해"-"알았어~나도 더 사랑한다니깐?!"
어느 드라마에서 서로 자신이 더 사랑한다고 말하며 핑퐁게임을 시전 하다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자 "그냥 서로 사랑하는 걸로 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이 장면이 안타깝다.
그 이유는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있는데 그 사랑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랑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상대가 나의 사랑을 받아주는 게 기쁘기 때문이 아닌가?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했는데 그가 고백을 받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고백이든, 사랑이든 "하는" 것을 "받아"주는 게 덜 안타깝다.
사랑한다고 하는데 내 사랑을 받아 주지를 않다니 ㅠㅠ
생각만 해도 오열이 고프다.
그러니깐 내 말은...
당신이 먼저 "사랑해~"라고 말했는데
상대방이 "나도 사랑해~"라고 하지 않았다고 서운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사랑해"라며 주는 사랑을 받지 않고 서로에게 사랑을 주기만 하다가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사랑 에너지는 곧 고갈되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나도 사랑해"라는 대답이 없어 서운한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사랑한다"라고 했는데 나의 사랑을 받아 주는 사람은 없고 자꾸 사랑한다고 말 한 내 목소리만 메아리쳐 돌아오기만 하니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이 들 수 도 있다. 그래서 ‘사랑은 주는 거다 “라는 말도 있나 보다.
만약 나와는 다른 이유로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뭔가 어색하고 손발이 오글거려 '나도 사랑해'라는 말이 목구멍을 꽉 막아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 다면 아래처럼 2인칭 화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고마워 날 사랑해 줘서"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날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라는 말은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을 때 자연스럽게 넘어가기 좋은 말이다.
‘“사랑해”라는 말은 내가 한 말은 아니야 네가 한 말이야'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널 사랑해'처럼 화자에게(말하는 사람) 100% 책임이 있는 말도 아니라 부담이 적다.
또 다른 하나는
아마도 선뜻 “나도 사랑해~”가 나오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나처럼 “사랑”이라는 개념이 남다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사랑은 허구야. 마케팅이고, 인간이 만든 최악의 단어 중 하나‘라고 “사랑”을 정의한다.
실은 내가 말하는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의 속 뜻에는 이런 말이 함축되어 있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하니깐 사랑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예는 갖출게요. 당신의 감정도 소중하니깐요.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사랑의 의미가 나와 같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나도 사랑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여기까지 쓰다 보니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나도 사랑해"라고 대답을 하는 게 나을 것도 같다는 생각.
(번외 1편)
그럼 넌 사랑도 안 하니?
넌 뭐가 그리 단단히 꼬였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추상적이고 뜬 구름 같은 사랑은 모른다.
하지만 이건 한다.
아낀다. 친절하려 하고, 희생하고, 감사한다.
다름을 수용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측은지심과 연민을 느끼고 , 보살핀다.
기쁨을 나누고, 격려한다.
혹시 저런 걸 망라하는 게 사랑이야!라고 말하고 싶다면 이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한 번에 한 가지 행동만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아낀다는 것은 그 사람이 아끼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아낀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만약 ‘사랑한다’고 하면 매 순간 아끼고, 친절하고, 희생하고, 감사하고, 수용하고 개선하고, 연민을 느끼고. 보살피고, 격려하는 이 모든 게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해야 하는데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이유에서 라도 온갖 좋은 걸 다 가져다 붙인 사랑을 나는 할 수 없다.
(번외 2편)
우리는 어쩌다 "나. 도. 사. 랑. 해"라는 겨우 다섯 글자를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리도 길고 구차한 이유를 대야 할까?
몇 가지 이유를 대고 싶지만 솔직히 진짜 이유는 알 수없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라는 *사후 합리화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유를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있는 일을 뺀 나머지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사랑해”가 쉽지 않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다면 '사랑'에 대해 어떤 개념(정의, 의미, 가치, 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펜을 들고 ‘사랑’에 대해서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어가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사후합리화란?
사후합리화는 어떤 행동이나 결정이 이미 이루어진 뒤에 그것을 정당화하거나 합리적인 이유를 붙이는 과정.
즉, 원래는 감정, 충동, 우연 등의 이유로 특정 행동을 했지만, 이후에 그 행동이 마치 논리적이고 정당한 이유로 이루어진 것처럼 설명하는 것.
이는 사람의 인지적 편향 중 하나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출처: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