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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욕망을 타인에게 욕망한 자의 최후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요구한다

by 므므


“우리는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서로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자신의 욕망은 자신에게 요구하자.“라는 글을 쓴 것이 불과 몇 주 전이다.

나는 저딴 글을 써 놓고도 나의 욕망을 여전히 타인에게 욕망했다.

그를 온전히 수용하지 않았고

나를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초심을 잃은 것이다.

매번 이렇게 잃어버리는 것이 초심이라면

초심의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나의 욕망을 타인에게 욕망했고

당연히 타인은 나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다.

나는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결핍의 늪에 빠져버린다.

그러다 나의 욕망을 채워 줄 것만 같은 또 다른 타인에게 나의 욕망을 투영시킨다.

그는 곧잘 나의 욕망을 채워 주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도 나의 욕망을 채우지 못한다.

나는 다시, 또 다른 타인에게 나의 욕망을 욕망한다.

타인을 향한 나의 욕망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 “자신의 욕망은 스스로 채워야 한다”라고 내뱉어 놓았던 것도 망각한다.

타인에게 지속적으로 나의 욕망을 욕망한 나는 공허하다.

이 공허함이 싫어서 쾌락적인 유희로 공허함을 채우기 시작한다.

섹스, 게임, 쇼핑, 넥플릭스 무한 시청, 음주, 도박, 이 외에 평소 안 하던 행동들…

하지만 여전히 나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아차차!

그러고 보니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 내가 알고 있었던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의 욕망을 알고 있었던가?

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의 욕망을 타인에게 욕망한 자의 최후는 이렇게 현실 자각 타임을 가지며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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