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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이 빨개져서 나에게 김밥을 들어 올리며 웃는 너와

어떻게 이별하겠니…

by 므므

[세상 불편한 게 많은 내가 이 새벽, 내일 아침이면 이불킥을 할 글을 남겨 본다.]


많은 사람들이 첫사랑은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한다.

혹자는 그 이유가 모든 게 낯설고 새로워 뇌에 각인이 된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첫 연애 상대를 추억하지 않는다.(그가 나쁜 남자가 아니었음에도…)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에게서는 순수함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사랑은 매우 주관적이고 사적인 감정인 ‘순수함의 유무’에 달려 있다.

‘순수하다’는 것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 우리 모두의 순수함은 다를 것이다.

잠시 무모하지만 순수했던 그들을 기억해 본다.


출퇴근하는 군인(상근)이 퇴근 후 징계를 감수하고 매일 같이 나를 만나러 찾아왔었던 그.

통학버스를 타고 대학을 다니던 시절 졸업하는 그날까지 나를 같은 학교도 아니면서 자신의 차로 통학 시켜줬던 그.

담배 연기를 싫어했던 나를 위해서 연애 내내 그리고 내가 이별을 통보했을 때도 단 한 번도 내 앞에서 담배를 꺼내 물지 않았던 그.

소위 말하는 쫌생이였지만 내가 하고 싶다는 거, 해 달라는 건 어떻게든 해주려 했던 그. 내가 웃으면 그저 같이 웃었던 그.

출근을 위해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코가 빨개져서 김밥을 사 왔다며 상기된 얼굴로 검은색 김밥 봉지를 들고 웃고 있던 그.


생각해 보면 모두 순수했고 사랑했었는데 어떻게 이별을 했구나…

그리고 그 순수함에 때문에 다시 사랑을 하는구나…


얼마 전에 넷플릭에서 본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김윤석 배우가 연기한 현재의 수현과 그의 딸 수아가 텐트 앞에서 나눈 대화가 기억이 난다.


수아: “만약에…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볼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돼?”

(자신의 아빠가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 된 딸 수아)

수현: “행복했던 때를 생각해. 그 사람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 기억만으로도 살아져.”


행복했던 때, 순수했던 기억을 준 나를 사랑해 주었던 그들에게 닿지 않을 감사를 보내며….


마지막으로 당신이 사랑하는 그에게(혹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은 내가 행복한 기억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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