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감이라는 착각, 냄비근성이라는 진심
한 나라의 지도자가 파면되었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절망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은 묘한 안도감과 씁쓸함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나는 그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파면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파면 소식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이틀 전, 내게 PT 수업을 받는 50대 회원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직원들한테 치킨 쏜다 했어요!”
나는 장난처럼 “저도 사 주세요” 하고 웃었지만,
그분은 진심이었다.
또 다른 채팅방에서는 “처음에는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다” 라며
굳이 안 해도 될 말까지 덧붙이며,
현 정치 흐름에 목소리를 보태는 모습도 봤다.
그 사람들뿐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두 명이나 탄핵된 사실에 ‘다행이다’, ‘잘됐다’는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진다.
우리나라 대중의 특성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있다.
바로 “냄비근성”.
쉽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대중의 정서를 비꼬는 말이다.
이런 냄비근성은 정치 이슈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연예인, 운동선수, 심지어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쉽게 환호하고, 또 쉽게 등을 돌린다.
그 본질에는 ‘깊은 숙고’를 피하고,
‘분명한 옳고 그름’만을 요구하는
이분법적 사고 구조가 숨어 있다.
내가 이 씁쓸함을 느낀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의문이 남았다.
복잡한 상황을 ‘탄핵’이라는 결정 하나로 너무 쉽게 정리해 버리고,
그 빈자리에 또 다른 정치 세력이 새로운 판을 짜려는건 아닐까?
그리고 그 정치적 판에, 우리의 냄비근성이 동원된 건아닐까?
나는 정치인들을 무턱대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 이제서야라도,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윤 대통령 파면 소식에 ‘다행이다’며
안도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무엇을 기대했고,
그 기대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 성찰하는 것이다.
그저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함께 살아갈 ‘어떤 나라’를 꿈꿨던 것인지—
늦었지만 이제는 이 물음을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잘못을 손쉽게 지적하며 안도감을 느끼는 것보다,
대한민국 대통령 두 번째 파면에 이르기까지
이 상황을 만든 사회적 구조와 우리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의 탄핵 소식에 환호하기 전에,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정말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뉴스와 댓글, SNS의 격렬한 의견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재확인하며 안도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안도감,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얼마나 진실할까?
그리고 우리는 누구보다 쉽게 비난하고,
누구보다 빨리 등을 돌린다.
그런 우리가, 잠시의 정의감에 취할 자격이 있을까?
사진 출처 : https://imnews.imbc.com/news/2025/society/article/6702666_367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