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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un 17. 2018

영향가 있는 자의 품 'Moss garden'  

@ 모스가든의 서은영



한여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모스가든

사랑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 단순하고 아름다운 진리


얼마 전 ‘모스가든’에 다녀왔다. 이곳은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서은영 씨가 브랜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 가기 전 그의 저서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을 읽었다. 책 표지에는 ‘365일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책’이 부제로 적혀있다. 딱 들어맞는 수식어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왠지 새침데기일 것 같은 인상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으로 바뀌어있었다.  

서은영 저 '서은영의 세상견문록' _ 그책

직업도 직업이거니와 천성에 세심함이 깊은 사람인 듯 하다그런 그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타일을 채집했으니 그 결이 얼마나 남다를까.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은 하나의 중요한 가치를 전하고 있었는데, 사랑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그 단순하고 아름다운 진리를 귀에 속삭이듯우산에 빗방울이 하염없이 떨어지듯낮게지속적으로 들려준다     

   

난 인내심을, 사랑을, 용기를, 지혜를, 겸손을 달라 기도하면서 그런 것을 주시지 않는 신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생가해보니 언제나 하느님은 내 기도에 꼭 맞는 답을 주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본문 '기도할 때 얻어지는 것' 중
유기견과 관련한 오브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깊은 산 외나무 다리가 내 앞에 있다. 우뢰와 같은 소리로 폭포가 떨어진다. 저 다리를 건너야 가고자 하는 길에 닿는다. 외나무 다리는 내게 공포이자 구원이다. 외나무 다리를 사랑으로 바꾼다면... 나는 한때 사랑이 너무 무서워서 피하기에 급급했다사랑 때문에 사람이 되는 것을그때는 미처 몰랐었다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본질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대상을 외면하지 말 것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

기대 없이 베풀 것

결국 사랑할 것   

항아리에 부딪히며 쉼없이 떨어지는 방울방울들

페이지를 넘기며 좋은 글귀를 카메라에 담고 그녀가 듣고 감동받은 음악을 검색하느라 책을 들었다 놓았다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이런 책의 저자가 직접 기획한 공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나는 발끝에 공기방울이 달린 듯 정원과 레스토랑카페플라워 샵로컬푸드가구유기견과 관련한 오브제들 사이를 떠다녔다. 모스가든은 사랑받기 충분해보였다.   

감각적이고 아름다운특별한 것들을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한 서은영 씨가 뒤늦게 발견한 보석이 있다바로 대한민국이다말 그대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만난 것인데금수강산의 소중한 것들을 모스가든은 품고 있다단양의 죽순청송의 사과안동의 생강보길도의 미역제주 성이시돌 목장의 우유를.     

So, Good Life

모스가든은 

사랑받기에 충분해보였다


모스가든의 레스토랑 '굿사마리안 레시피'의 배은영 쉐프와 이야기를 나눴다. 가방액세서리 디자이너로 활동한 그녀는 요리에도 탁월한 솜씨를 발휘했는데그를 알아본 서은영 이사(이곳에서 그녀의 직함은 이사이다)가 쉐프가 되어달라 오랜 시간 설득을 했단다좋은 재료를 찾아 전국을 다니는 것이 낙이고 보람인 배은영 쉐프는 남해에서 멸치 내장을 손질하는 할머니들을 본다반짝이는 비늘의 남해 멸치를 바라보며 '앤쵸비를 만들면 정말 맛있겠다!' 생각이 든다. 구하기 어렵다는 국내 토종 생강을 기어코 공수해 생강청을 만든다. 그의 식재료에 대한 비범한 관심은 손큰 아버지에게 물려받았고음식 만드는 손맛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았다디자이너에서 쉐프로의 전업을 이루게 한 서은영 이사의 식견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직접 가보지 않는 이상 맛볼 수 없는 귀한 식재료가 존재한다이러한 식재료를 사시사철 원하는 만큼 구할 수는 없는지라굿사마리안 레시피의 요리는 느리고까다롭다설탕 없이조미료 없이 많은 사람의 단짠단짠에 길들여진 입맛도 충족할 수 있어야 하기에 요리에 대한 마음과 정성은 배은영 쉐프의 비밀 아닌 비밀 레서피이다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음미했다. 단 한 번의 식사로 그들의 마음과 정성을 다 헤아릴 수는 없어도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왔는지 궁금한 마음이 생겨났다. 

모스가든의 로고. 거대하고 위엄있는 초식동물 코끼리가 모스가든이 품은 의미를 들려준다 

모스가든은 지금 이 모습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스타일이 그렇듯  내일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아름다운 금수강산과 모스가든의 연결고리랄까? 이 공간을 만든 주역들이 있는 한 매 순간 기대받을 곳이라는 것도.




@ 모스가든

서울 강남구 논현로139길 12

02-546-8532


평일 10:00 – 21:30

토요일 11:00 - 21:30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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