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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Jul 07. 2018

일상 속 딴 세상 ‘오 나의 정원’  

@ 마이알레



마이알레 김철주 교수에게 물었다. 똑같은 식물인데도 어떤 곳은 왜 더 예뻐 보이나. 그는 옷에 들어 쉽게 설명해주셨다. ‘좋은 원단을 쓴 비싼 옷이라도 스타일링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어떤 부분에 힘을 줄 것인가 선택했으면, 그 힘을 돋보이게 해줄 액세서리를 부가적으로 선택하는 것 등, 조경에 그런 법칙이 존재한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선바위역에서 내리면 마이알레를 가는 마을버스를 탈 수 있다. 나는 선바위역 버스정류장에서 그렇게 많은 직장인이 버스를 기다릴 줄 몰랐다. 그리고 버스 종류도 아주 다양했다. 양재의 회사 갈 때 타고 가는 18번 버스도 왔다. 언제나 기다렸던 18번인데 오늘은 너무 자주 온다. 마이알레 가는 마을버스는 전광판에 번호 한 번 뜨지 않는다. 이 정류장이 아닌가 싶어 맵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여기가 맞다. 택시를 타야하나 싶었는데 택시도 안 잡힌다. 할 수 없이 먼저 도착한 일행에게 SOS를 쳤다. 일행의 차를 타고 마이알레를 가면서, 평일 오전에 회사가 아닌 아름다운 정원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위로와 위안이 되었다. 

왼쪽 상단의 스모그트리, 사진 가운데 빨간 꽃이 체리세이지

10분이 채 안되었나 싶었는데 버스정류장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아니 전혀 딴판인 세상에 도착했다. 마이알레는 식물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몇 번 들어본 곳이었다. 마이알레는 W, 파크 하얏트 호텔, 현대카드 사옥 등의 식물과 조경을 맡았던 디자인알레가 과천으로 자리를 옮기며 만든 라이프스타일 농장이라고 한다. 나는 농장이라고 하면 씨 뿌리고, 수확하는 행위를 떠올렸는데 마이알레는 그러한 농장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의식처럼 큰 빗자루를 들고 어제 떨어진 나뭇잎이며, 흙먼지를 쓸고 있던 김철주 교수(우경미 대표의 남편)가 그에 대해 말해주었다. 

“마이알레는 씨를 뿌려서 수확을 하진 않지만,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에요. 정원의 블루베리 같은 과육, 다양한 허브를 재배해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쓰고, 고객의 테이블에 놓입니다. 2층의 샵에서는 식물, 생활 관련한 국내외의 제품들을 볼 수 있고요. 그래서 라이프 스타일 농장이라고 부른답니다.”     

마이알레 3F 프라이빗 라운지

큰 정원엔 마이알레가 이곳에 터를 잡기 전부터 있었던 큰 나무들을 베어내지 않고, 다른 식물과 어울리도록 자리만 옮겨주었다. 그림은 꼭 새 도화지에 그리고, 필기는 오른쪽 페이지에 했을 때 설레는 나는 그 말을 의미 있게 들었다. 새로운 시작을 할 때 꼭 힘을 줄 필요는 없다는 말로 들렸다. 

“똑같은 식물을 두어도 어떤 곳은 산만해 보이는데, 마이알레는 많은 식물이 있음에도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예를 들어 좋은 원단을 쓴 비싼 옷이라도 스타일링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지요. 어떤 부분에 힘을 줄 것인가 선택했으면, 그 힘을 돋보이게 해줄 액세서리를 부가적으로 선택하는 것, 조경에 그런 법칙이 존재합니다. 아내인 우경미 대표는 그런 면의 감각이 뛰어납니다. 지형특성상 휘어진 구조의 온실카페를 철근을 이용해 건축할 생각을 했죠. 콘크리트로 4면을 채웠으면 지금처럼 재밌는 곳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정원의 주인 '김철주 교수와 부인 우경미 대표'

직원들은 출근하면서 가장 먼저 정원을 가는 것 같았다. 쉐프와 바리스타가 바구니에 오늘 쓸 재료들을 따왔다. 피자 마스터에게도 싱싱한 바질이 전해졌다. 우리는 방금 따온 바질을 가득 올린 마르게리따 피자를 주문했다. 화덕이 밖에 있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400도의 온도에서 금세 피자가 구워졌다. 주황색의 토마토 소스, 초록색의 바질, 하얀색의 치즈, 연두색의 올리브 오일이 그림처럼 예뻤다. 맛은 어떻고!

가만히 정원을 거닐어도, 한 가지 식물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데 마이알레는 볼 것도 맛볼 것도 참 많다. 하루만 관심을 안 주어도 토라지는 애인처럼, 주인만 찾는 반려견처럼 꾸준한 애정을 줘야하는 건 식물이 더할지 모른다. 농사꾼이 아니라도 조경을 하는 이들은 모두 손이 거칠다. 마디도 굽는다. 그러한 정성으로 늘 보던 것과 딴판인 세상에 서있으니 놀랍고 고맙다.                

2F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히비스커스 체리에이드를 만들어준 바리스타도, 블루베리 타르트를 서빙해준 직원도 토마토가 그려진 흰 티를 유니폼으로 입고 있다. 마이알레는 유니폼도 범상치 않네 했더니, 2층 샵에서 토마토의 정체를 알게 됐다. 마이알레가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브랜드 ‘삼부골농장’의 작품으로, 이번 시즌 주제가 ‘채소심다’란다. 에코백과 티, 쿠션 커버에 가지, 옥수수, 토마토, 수박이 ‘먹지 말고 보는 걸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샵에는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한 최근의 책부터 전문 서적, 해외와 국내 곳곳을 발품 팔아가며 구해온 수집품 같은 제품들이 가득하다.

국내에는 크고 작은 수목원도 있고, 개인의 유희를 위해 만든 정원이 명소가 된 곳들도 있다. 이런 곳들은 오직 입장료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또한, 더욱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곳, 양질의 가치를 지닌 곳이 되려면 그 안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적절히 순환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이알레가 좋은 표본이 되지 않는가 싶다. 아름다운 정원을 손수 가꾸는 손길, 발품 팔아 구해오는 희귀제품들, 직접 제작하는 디자인 브랜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기획 콘텐츠, 그런 것들을 음미할 수 있게 하는 맛있는 메뉴들도 다양하다. 그곳을 가는 길만으로도 이미 위로와 위안이 되는, 일상 속 딴 세상들을 가까이 오래 두고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 

1F 레스토랑&카페 _ 정원을 음미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



@ 마이알레

경기 과천시 삼부골3로 17

02-3445-1794

http://www.myallee.co.kr/

운영시간 _ 평일 11:00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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