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의 데이트는 모두 한강에서
만약 내가 곧 죽고,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다섯 번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왜 이런 쓸데없는 공상을 하는지) 그 다섯 번의 데이트는 모두 한강에서 하련다. 나는 한강이 참 좋다. 바다도 산도 좋아하지만 서울의 한강만큼 늘 맘을 뺏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전철에서는 시비다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모두가 예민보스가 되어 전쟁터로 향한다. 그 와중에 너는 네 세상, 나는 내 세상하며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볼 때면 말이지. ‘아! 저 존재만으로도 여유를 주는 존재!’ 코를 박고 들여다보고 싶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꼭 한강이 바라보이는 집을 얻어 살아야지. 싶은 생각도 들 때가 있지만 뭐, 그런 집보다야 내가 한강을 찾아가는 것이 빠르다.(왜 이럴 때는 하염없이 현실적인지) 퇴근하고 한강과 가까운 역을 찾는다. 아이처럼 신이 나서 전철 문이 열리자마자 둥둥 떠서 개찰구를 빠져나간다. 여름햇살의 열기가 지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에어컨과 선풍기를 바라지 않으며 야외에 기꺼이 앉아 강바람과 햇살을 맞는다. 그 누구와 함께해도 이 시간은 설레리. 그 누구와 마셔도 이 시간은 잊지 않고 기억하리.
‘아! 저 존재만으로도 여유를 주는 존재!’
실현불가능하지만 나도 존재만으로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선시대 양반만 풍류를 즐겼으랴. 2019년을 살아가는 여자. 직장인. 지옥철 싫어요. 회사 생활 언제까지. 지속가능한 삶은 어디에. 나도 선비처럼 세대와 세상을 염려하기도 하며, 소박한 술과 안주로 풍류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