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 May 22. 2018

가엾지 않게, 세상 그 무엇도

@ 봉평 숲속의 식탁



물은 열 길이라도 아는데 사람은 그 한 길 속을 몰라 살며 속상할 때가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런데 정작 모르겠는 건 네 속이 아니라 내 속이다. 그래서 묻기로 했다. ‘너는 도대체 무엇하러  이 세상에 왔느냐고, 너는 무엇하는 존재냐고’ 정답을 알고 싶어 숲속엘 갔다.        

  


도로를 달리고 달려, 꼬불꼬불한 포장, 비포장 길을 달려 봉평 숲에 당도했다. 봄 햇살 아래 환한 미소를 머금은 최소연 씨는 숲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오랜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으로 이러한 시간을 만든 사람,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에너지가 전해진다. 그녀의 ‘숲속의 식탁’은 소수의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는데, 사람에 따라 일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건 사람마다 다른 마음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잠겨있는 마음을 열고,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조금씩 알아간다. 그로인해 내일을 좀 더 기쁘게 맞이하는 자세를 갖는다. 숲속의 식탁이 열리는 까닭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정성을 더한 식탁과 함께 하니 신선놀음이 이런 것이구나

숲속의 식탁에 참여하면 삼시세끼 정성 가득한 식탁을 맞이하게 된다. 식전주로 받은 송순주는 여린 소나무 잎으로 만들었다는데, 그 맑은 향이 술인지 약인지 여운을 더한다. 애주가라면 ‘한 잔만 더’를 외칠지도. 튀겨낸 팽이는 버섯인데도 고기 맛이 나서 신기했고, 미나리 송송 썰은 밥은 그대로 ‘봄 밥’인 듯 설렘을 준다. 계곡물에 새소리는 BGM으로 흐르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정성을 더한 식탁과 함께 하니 신선놀음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봄이 된 숲에는 이제 피어난 생명들이 파릇하다. 이맘때면 세상 부자가 된 듯한 모습으로 쑥 캐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마음 내 마음이라는 듯 쑥을 따다 소쿠리에 담았다. 우리는 함께 산길을 걸었고 잣나무 숲에 들어섰다. 나무에 등을 대고 앉아보았다. 휘이휘이 바람이 잎을 스치고, 가지를 흔드는 소리가 들어찼다. 눈앞에는 키 큰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고개를 뒤로 젖혀야 그들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마치 나무들의 호위를 받는 듯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과 나무의 관계는 보살핌 같다. 나무도 사람도 서로의 보살핌이 없다면 존재는 한없이 가여울 것이다.    

바쁜 나날을 조각내어 부러 이런 시간을 가질 일이다. 말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오직 나만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도대체 무엇하러 이 세상에 왔을까, 나는 무엇하는 존재인가?’ 질문을 던지러 왔지만 사실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겠다. 


보살펴주고 보살핌을 받을 것. 

가엾지 않게 세상 그 무엇도.    


       

info

숲속의 식탁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8407                                    

작가의 이전글 혼자 견뎌야하지만 혼자만의 슬픔이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