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 숲속의 식탁
물은 열 길이라도 아는데 사람은 그 한 길 속을 몰라 살며 속상할 때가 어디 한 두 번인가. 그런데 정작 모르겠는 건 네 속이 아니라 내 속이다. 그래서 묻기로 했다. ‘너는 도대체 무엇하러 이 세상에 왔느냐고, 너는 무엇하는 존재냐고’ 정답을 알고 싶어 숲속엘 갔다.
도로를 달리고 달려, 꼬불꼬불한 포장, 비포장 길을 달려 봉평 숲에 당도했다. 봄 햇살 아래 환한 미소를 머금은 최소연 씨는 숲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오랜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으로 이러한 시간을 만든 사람, 그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에너지가 전해진다. 그녀의 ‘숲속의 식탁’은 소수의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는데, 사람에 따라 일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건 사람마다 다른 마음을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잠겨있는 마음을 열고,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조금씩 알아간다. 그로인해 내일을 좀 더 기쁘게 맞이하는 자세를 갖는다. 숲속의 식탁이 열리는 까닭이다.
숲속의 식탁에 참여하면 삼시세끼 정성 가득한 식탁을 맞이하게 된다. 식전주로 받은 송순주는 여린 소나무 잎으로 만들었다는데, 그 맑은 향이 술인지 약인지 여운을 더한다. 애주가라면 ‘한 잔만 더’를 외칠지도. 튀겨낸 팽이는 버섯인데도 고기 맛이 나서 신기했고, 미나리 송송 썰은 밥은 그대로 ‘봄 밥’인 듯 설렘을 준다. 계곡물에 새소리는 BGM으로 흐르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정성을 더한 식탁과 함께 하니 신선놀음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봄이 된 숲에는 이제 피어난 생명들이 파릇하다. 이맘때면 세상 부자가 된 듯한 모습으로 쑥 캐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마음 내 마음이라는 듯 쑥을 따다 소쿠리에 담았다. 우리는 함께 산길을 걸었고 잣나무 숲에 들어섰다. 나무에 등을 대고 앉아보았다. 휘이휘이 바람이 잎을 스치고, 가지를 흔드는 소리가 들어찼다. 눈앞에는 키 큰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고개를 뒤로 젖혀야 그들의 머리를 볼 수 있었다. 마치 나무들의 호위를 받는 듯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과 나무의 관계는 보살핌 같다. 나무도 사람도 서로의 보살핌이 없다면 존재는 한없이 가여울 것이다.
바쁜 나날을 조각내어 부러 이런 시간을 가질 일이다. 말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오직 나만을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기다리고 있다. ‘나는 도대체 무엇하러 이 세상에 왔을까, 나는 무엇하는 존재인가?’ 질문을 던지러 왔지만 사실 아직도 정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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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