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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Dec 29. 2021

하늘에서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

살아온 단상


 12월은 왠지 모르게 들뜬 마음으로 지나는 것 같다. 그것은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과 다시 새롭게 살아내야 할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설레임 때문일 게다.


  2021년을 되돌아보았다.

3월에 부산에 사는 지인과 함께 대구교구에서 실시하는 성경학교에 등록하여 '신, 구약성경 40주간' 통독을 시작했다. 성경 읽는 동안 구약은 하느님의 존재와 역사적 배경과 전쟁과 사람들의 죽음과 방대한 사건을 따라가기가 어려웠으며, 신약은 늘 접해오던 성경이라 기는 쉬웠지만 묵상하기는 어려웠고, 내 삶을 반추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 좋았다. 매일매일 정해진 분량을 읽고 주일에 동영상 강의를 정리하며, 가랑비에 옷 듯이 매일의 성경 읽기는 하느님의 존재와 내 존재를 조금 더 알아가는 신비움이 있었다. 집안에 일이 있어 성경통독을 며칠씩 미루게 되었을 때는 "다시는 성경 읽기를 밀리지 않으리라." 다짐도 해보며 혼자 밤에 낑낑거리며 글자만 따라 읽기도 했다. 이번 주가 37주간째이니 4주간 동안 미루지 않고 따라가 끝마침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9월엔 우연히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해서 글 쓰는 행복함도 맛보았다. 혼자 집에 있을 때도 심심하지 않았고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는 재미도 컸다. 작가님들의 모든 글들이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렇게 샘물처럼 흐르고 또 흐르는지 감탄을 했다. ㄱ,ㄴ,ㄷ, 과 ㅏ,ㅑ,ㅓ,ㅕ의 조합으로 이렇게 다양한 글이 나오고, 좋은 글이 나오는 작가님들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 찍어주고 곁에 있다면 함께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1년 동안 함께 수업한 아이들의 발표회가 12월에 있었다. 수업 보다 의상 갖춰 무대에서는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잘해주어서 가슴이 뿌듯했다. 선생님들도 또  도움을 주시려 오신 어머님들도 공연을 보시며 엄지 척을 해주셔서 가르친 사람으로 자부심을 느꼈다. 공연을 잘해 준  아이들이나 내가 큰 일을 해낸 것 같은 승리감에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런 게 바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은 다 잊고 뿌듯함만 남는 선생님들의 마음인 것이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수업끝내겠다고 학교 측에 얘기 해 놓은 상태라 마지막 발표회가 더 가슴이 찡했다. 학교에서는 2022년도에도 수업을 해 달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사람이란 시작할 때와 그만둘 때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올 해는 한 해의 길이만큼 더 짧아진 시간 안에 나의  '하늘 꽃'되기 전의 날들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19가 더 강력한 '펜테믹'이 되어 모임이 모두 중단되었고, 한 달에 한 번씩 내던 회비도 만날 수 없으니 중단되었다. 가끔씩 만나 밥을 먹던 것도 중단되었다. 나를 위해 회비를 내던 것들을 모두 소외된 이들에게 후원을 했다. 존경하던 이태석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남긴 <수단 어린이 장학회> 미혼모들을 위한 <황석두 루카 외방선교회>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피아골 성지> <마리안 &마리안 넷트> <가톨릭 성모 방송국>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으시려고 후원을 청하신 <프란치스코 봉사 전교회> <파티마 세계 사도직> <천주교 사도직회>  그리고 내가 몸담고 있는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이다. 이곳에  후원한 돈들은 내가 모임을 하며 함께 밥을 먹는데 썼다면 모두 없어졌을 돈이었다. 그런데 모두 자동이체를 하니 은행에서 나의 수고로움과 기도도 없이 빠져나가 내년부터는 자동이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달력에 적어 놓고 마음을 담고 정성을 담아 후원하기로 했다.


  12월 14일에는 백신 3차를 맞고는 조금 끙! 끙!  앓았다. 지금까지 독감 예방 접종이나 코로나 1,2차를 접종했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몸살을 하고 입덧하는 것 같은 상태가 지속되어 밥 먹기가 힘들었다. 예약한 날 접종하지 않고 잔여백신을 맞느라 수업을 계속하고 쉬지 못해서인지 아프고 나서도 무기력 태가 열흘이나 지속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하지 못했다.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아무리 무엇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책을 읽으려 하면 한 줄 이상 읽히지가 않았고, 글을 써보려 하면 단순한 단어 "그냥 힘들다!"라는 글만 나왔다. 속은 미슥거리고 침체된 상황을 벗어나려 해도   현관 밖을 나가는 것이 마치 현관 밖은 낭떠러지로 되어 있어 나가면 떨어질 것 같아 두려웠다. 무엇이 두려웠는지는 모르지만 밖을 나가는 게 싫었다. "입덧을 하는 것 같네. 얼라가 생겼나?" 하며 혼자 웃어보기도 했지만 그 말을 뱉는 순간 눈물이 났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요즘 젊은이들 말처럼 그냥 멍 때리는 것뿐이었다. 그러면서 뭔가 활기차게 생활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2022년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계획을 세워보았다. 


 올 해의 길이만큼 더 짧아진 나의 시간들 안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며 소외된 이들에게 하는 후원,  미사 봉헌과 그날의 복음 중 한 구절을 적어보고 그 말씀에 머물며 그 말씀을 왜 선택했는지 나름 느낌을 적어보기로 했다. (벌써 노트 만들어 놨음.)


 또한 손바닥만 한 노트를 준비해서 좋은 시를 하나씩 적고 암송도 해보고 싶었다. (노트는 작은딸이 사주었음.)  한 해 그림을 그리지 못했는데 2023'한국 식물화가 협회' 전시회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야생화 그림을 2~3 작품을 그릴 것을 계획했고, 독서 모임에서 1달에 2권의 책을 읽으며  나눔을 하기로 했다.


 ! 또 있다. 백신 3차 접종 후 무기력했던 것을 떠올리며 2022년은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나가보기로 혼자 계획을 세워보았다. 또한 아들이 넷플릭스를 다운로드하여 주어서 좋은 영화도 한 달에 2번은 봐야겠다고 생각했. 


 좀 더 다른 한 해, 재미있는 한 해를 만들어 갈 생각에

 "와~좋다! 내년에는 날개 달린 말처럼 다녀보자! 그려~날개는 없어도 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 가랴~아마  하느님도 올해는 힘드셨을 거야. 걱정 마셔요!  하느님!

제가 있잖아요! 내년에도 저와 함께 해요. 제가 이쁜 카페도 모시고 갈게요. 그리고 경치 좋은 곳도 함께 가요."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나니 벌써부터 날갯죽지에서 날개가 달려 날아오를 것 같은 생각에 우습기도 하고 가슴이 벌렁벌렁하기도 했다. 사랑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하니까 하느님께서 당신이 사랑하시는 나와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시지 않을까 생각했다.(내 생각) 사소한 것들까지도  다이어리에 적어가며 혼자 신나 하고 들떠있는데 구역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ㅇㅇㅇㅇ자매님! 안녕하세요?"

"네. 구역장님! 고맙습니다. 어쩐 일이세요?"

역장님은 올해 폐암을 진단받아 투병 중에 있으면서도 구역장직을 잘 완수하고 계시기 때문에 그분께서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도와드렸다.

"실은 이번 2022년 우리 구역 선교팀장을 맡아주셨으면 해서  전화드렸어요."

"네? 선교팀장이라고요?"

나는 놀랐다. 우리 구역에는 젊은 사람도 많은데 싶었다.

"구역장님! 조금 젊으신 분이 맡아주시면 안 될까요?

내년에는 모든 것 다 내려놓..." 이 내려놓음은 책임을 지는 것들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나는 구역에서 내려놓을 직책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구역장님께서는

"젊은 분들은 아이들이 있고 몇 분 다 전화해 보고 자매님까지 오게 되었어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전화기 너머로 피곤함이 묻어있는 목소리가 아마 여러 사람에게 이미 전화통화를 하고 난 뒤였나 보다.

"아고!"

역장님은 올해 2년의 임기를 끝내시고, 2022년에 새로 봉사해줄 선교팀장을 맡아줄 분을 고심하고 계셨던 것이다.

"네!  구역장님! 좋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러나 선교팀장을 맡아주실 더 좋으신 분이 나타나실 때까지만 제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구역장님은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아무래도 구역장님은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들으신 것 같고, 나는 " 더 좋은 분이 나타나실  때까지만!" 이란 말만 남아있었다.


아뿔싸!


 다 내려놓고 나만을 위한 날들로 만들어가려는 나의 계획과,  다시 시작하라는 하느님의 계획이  어쩌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걸까? 


 는 창문 밖의 풍경을 보았다.


 "아! 오늘이 12월 24일이네! 내일이 성탄이고!

하느님께서 내게 성탄 선물을 보내주셨네. 

잘해 보자! 잘해야겠다."


 구역장님은 하늘의 선물을 내 두 손에 듬뿍 쥐어주셨다. 나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선교팀장의 역할을 찾아보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었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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