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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May 02. 2022

구피의 죽음

살아온 날의 단상


 작은 딸네서 손주가 키우던 구피 치어 17마리와 새우 7마리를 데려키운 지 2달이 다  되었다. 치어들은 먹이도 잘 먹고 잘 자라주었다. 치어들을 데려온 지 한 달 정도 지나 손주들이 놀러 와서 "할머니네 치어들이 우리 집 치어들 보다 2배는 더 큰 것 같아요."라고 하면 나는 뿌듯했다.


 내 아이들 키울 때 내 아이가 옆집 아이보다 조금 더 큰 것 같은 느낌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었다.


2달이 다 되면서 치어는 성어가 되어 있었다. 손주는 구피들을 보며 신기한 듯 구피들이 폭풍성장을 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먹이 주는 횟수와 양, 물 갈아주는 것들을 내게 물어보며, 구피들이 잘 자라고 있는 것은 할머니의 보살핌이 있어서라고 나를 치켜세워주었다. 


허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이 주기 전에 구피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아침엔 "아그들~~잘 주무셨는가?

간밤엔 별일 없으셨는가? 행여 잠자리 다툼은 없으셨겠지. 

그렇게 움직여 대니 배도 고프시겄네 그려." 하며 싸 놓은 똥을 스포이드로 건져내고 미리 받아 놓은 물을 빼낸 물만큼 보충시켜 준다. 똥이 들어 있는 물속에서 구피들이 먹이를 먹는 것은 예의가 어긋난다는 것이 내 생각으로 구피들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는 곳에서 먹이를 먹게 하고 싶었다. 마치 내 아이 젖줄 때 기저귀부터 갈아주고 젖줄 때처럼.


또한 저녁에 먹이를 줄 때는

"아그들~하루 잘 지냈는가? 사이좋게 놀은 것 같네. 근데 말이여, 아무래도 너희들의 배가 나처럼 볼록하게 나와 있는 게  다이어트를 해야 겄어. 밥을 2번으로 줄이는 것을 통보한다. 그리고 새우 밥을 뺏어 먹지 않도록 해. 처음으로 경고장을 보낸다. 알았는가?" 나는 구피 배 보고 내 배 보고 웃었다.


그래서 하루에 3번 주던 먹이를 2번으로 줄였다. 구피들이 배가 알을 품고 있지 않는데도 너무 빵빵한 것이  무슨 일 날것 같아서였다.


구피들은 새벽에 거실 불을 켜면 어항 앞쪽으로 모두 다가왔다. 나를 반기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반기는 것임은  알고 있었다. 구피들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먹돌이 먹순이였다. 그러나 새우들은 나오고 싶을 때 나오고, 먹고 싶을 때 먹는 소식가에다, 어항 앞쪽으로 나와있더라도 어떤 불빛이나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역시 새우들은 관상가, 사색가임에 틀림이 없이 보였다.


그런데 이 구피 중에 1마리가 갑자기 물 밑으로 갈아 앉으며 옆으로 눕더니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나는 누워 할딱거리는 구피와 다른 구피들의 몸이 이상한가 물속 구피들을 살폈다. 혹시 몸에 이상한 것들이 발견되면 전염병일 수가 있어서였다. 일단 아픈 구피를 격리시켰다. 아픈 구피는 옆으로 누워있다 잠시 할딱거리며 위로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옆으로 누워있었다. 그렇게 옆으로 누웠다가 배를 보이기도 하고 "일어나렴. 살아야 해." 하면 알아듣는 듯 꼬리를 흔들어 보이고 숨을 미세하게 쉬곤 했다.


손주는 비상약을 가져와 물에 넣어주기도 하였지만 구피는 숨을 할딱이며 정말 힘든 숨을 이어갔고, 닷새만에 완전히 숨을 멈추었다. 나는 죽은 구피를 티슈에 싸서 손주들과 함께 아파트 정원 앞에 묻어주었다.

"자연으로 잘 돌아가거라.."하고 일어서려는데 8살 막내 손주가 꽃잎을 2장 따서 구피가 묻혀 있는 곳 위에 올려놓고는 "구피야, 잘 가. 나중에 다시 만나자." 하는 것이다.


아마도 자기네 어항에서도 구피들이 가끔 죽는 것을 경험했고, 지난번엔 가재가 탈피하다가 움직이지 않고 죽은 것 같다고 울며 전화가 걸려 온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밖에 나가 묻어주는 것은  3형제가 담당하였던 것이다.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들이 죽었을 때 묻어주고 그때마다  꽃잎을  올려주었나 보다.


그 마음이 고마웠다. 나는 손주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꽃잎 두 장 아래 묻혀 있는 구피도 이제는 편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번 느꼈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체는 다 죽음이라는 것이 있음을..

                            구피가 묻혀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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