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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Nov 12. 2021

구름은 설레임으로

살아온 날의 단상


구름은 설레임으로.


나는 언제부터인가 하늘의 구름에 푹 빠졌다.


혼자 걸어갈 때는 구름 따라 걷느라

돌아올 것을 생각 못하고 멀리 간 적도 있었고,


차를 고 갈 때는 구름을 보며 달려

하고 반대 방향으로 간 적도 있었다.


하늘의 구름 보느라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하고도

구름을 보는 구름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구름은

몽글몽글 솜사탕 같아서 좋았고,

새의 깃털 같아서 좋았다.


저녁노을에 물든 구름은

내일을 새롭게 맞이하라는

무언의 눈길과도 같았고,


바람에 이끌려 가는 낙엽처럼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시간은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또한, 구름은 내가 나  듯

색빛으로  누워있기도 했고,


한바탕 비를 뿌리려 낮게 깔린 구름은

나의 눈물을 쏟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구름을 사랑했다.


구름은

'너'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2021년에

                                  '구름'  사진:빈창숙


                  

                                   '구름' 사진:빈창숙


구름은 설레임으로.


하늘 위의 구름은 또 하나의 생명체로

내게 다가왔다.


설렘! 그렇다. 설레임이었다.


살랑했던 것도 아니고,

찡했던 것도 아니었다.


바람이 슬쩍 지나가며 들판의 이름 모를

풀과 꽃들에게 다가간 느낌!


'사랑하고 있는 걸까?'라는 느낌의

사람의 체취를 느꼈을 때의 묘한 감정.


긴 여행길에 만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잔 마시려

데스크에 서 있을 때의 느낌.


내 첫 아이 아가였을 때,

울다가 윗입술 아랫입술이 닿으며 나는

"음~마" 소리가 "엄마"라고 들렸던

순간의 설레임!

 

그랬다.

그 순간의 구름은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설레임으로...


                               '구름'  사진:빈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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