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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창숙 Nov 02. 2021

참취

보타니컬 아트 그리고 시

숨어있는 참취 마음


왜 몰랐을까?

맛있다고 먹을 줄만 알았네.


이처럼 작고 하얀 꽃을 피우고

하늘로 쭉쭉 뻗어갔음을.


아기 손톱 만한 꽃으로 수줍은 듯

친구에게 소식 전하고,

가장 소박한 잎으로 자신을 감싼 참취.


가지 끝에 꽃 피우며 하늘 향해

부끄럼 없다고 말하고 있네.


몽땅 잎을 가져가도 말없이

꽃 피우고

비 맞고 바람 맞고 맛을 피우네.


왜 몰랐을까?

맛있다고 먹을 줄만 알았네.


                               참취 by 빈창숙


정기전 전시회 때   '잎, 나물, 새싹'이란 주제에서 나는 참취를 그려야 했다. 햇빛 좋은 날 금강수목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여린 잎은 연한 연둣빛으로 솜털이 아기 볼처럼 송송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꽃이 피기를...


얼마 후 참취는 내 머리만큼 훌쩍 커서 아기 손톱만 한 하얀 꽃을 피웠다. 그리고 가냘픈 참취 꽃은 바람에 휘여 옆으로 누워있기도 하였다. 그 모습은 마치 아기가 옆으로 옹알이하며  뒹굴거리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참취를 그렸다.

아기 손톱만 한 꽃은 큰 꽃보다 섬세하게

그려야 해서 힘들었다.

아기를 돌보는 것이 세심하게 신경 써서 힘든 것처럼...

 

두 달 후 참취는 아기처럼 내게 다가왔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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