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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Oct 22. 2023

와서 밥 먹고 가

흔한 제안

남편이 결혼식에 혼자 갔다. 친척은 아니어도 직장 상사 자녀의 결혼이기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예의상으로라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고는 했는데 혼자 갔다. 꼭 가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안 가서 편하고 좋기도 하지만 조금 서운했다. 지금은 결혼식 초대를 받으면 혼자 가는 것이 예의란다. 가을이 오니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10만 원 봉투를 하면 둘이 가도 되나 안 되나 갑론을박이 요란하다. 그런 것을 보면 몹시 씁쓸하다.


라테는-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머쓱하지만, 나 때는 집안에 잔치가 있으면 온 동네 사람들에게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연세가 많으신 분의 생일날이면 아침부터 대문을 두드리며 미역국에 밥 먹으러 오라고 했다. 집안에 결혼을 하는 자녀가 있으면 하루종일 그 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그때가 지금보다 더 잘살았을 리가 없다. 그래도 국수 한 그릇이라도 기쁘게 나눠먹었는데 요즘은 그런 넉넉함이 없다. 아마도 지금의 결혼식장 밥값이 비싸서 인심을 쓸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남편은 사람들에게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자는 말을 즐긴다. 그래서 집에 손님이 많은 편이다. 나의 허락 없이 사람들을 몰고 오면 짜증이 치밀기는 해도 넉넉하게 먹여서 보낸다. 왜냐하면 남편 못지않게 나도 사람들에게 우리 집에 와서 밥 먹고 가자는 소리를 즐기기 때문이다. 웬만한 식당에 가는 것보다 우리 집에서 있는 반찬을 쓸어 넣고 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어도 편하고 든든하고 맛있다. 새 직장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면 어김없이 집으로 데려와 밥을 먹인다. 리버뷰 아파트도 아니고 넓은 거실과 넓은 식탁이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 소리로 미운 사람 흉도 보고 시간 걱정 없이 머물러도 된다. 여름이면 텃밭에서 상추랑 고추랑 따서 먹기도 좋다. 


모르겠다. 내가 촌스러운 건지 몰라도 지금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전화를 해서 말한다.


와서 밥 먹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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