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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Oct 29. 2023

토란국을 끓여봤습니다.

맛있어요

옆집에서 토란을 나눠줬다. 별로 받고 싶지 않았지만 고맙다고 말하며 받았다. 선물을-, 거부할 수는 없다. 토란은 아주 어렸을 때 추석즈음에 많이 먹었던 기억이 있다. 엄마가 맛있게 끓여 주셨었다. 어렸을 때는 국 속에 들어있는 무가 싫었다. 감자 같은 식감의 토란은 맛있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토란국이 먹고 싶어서 토란을 사 왔다. 열심히 끓여서 먹었는데 갑자기 입안이 마비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숨이 안 쉬어지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혀가 마비가 되고 입안이 얼얼해지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는 토란을 끊었다. 육개장에 들어있는 토란 대도 되도록 먹지 않았고, 내가 끓일 때는 토란대는 생략했다.


현수엄마가 준 토란을 받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오늘 점심을 먹고 나서 토란국을 끓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에는 토란 껍질을 먼저 벗기고 데쳤는데, 데치고 벗기면 더 편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데친 토란의 껍질은 홀랑홀랑 잘 벗겨졌다. 소고기를 달달 볶다가 무랑 토란이랑 넣고 액젓, 어간장, 소금으로 간을 하고 들깨를 넣어 맛을 마무리했다. 한참을 들들들 끓여서 한 그릇 떠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 남편이 놀러 나가 기미상궁 노릇을 시키지 못하니 겁이 났다. 나 혼자 국을 떠 놓고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입 먹어보았다. 


맛있다.


고소하니 맛있다. 뜨끈하고 묵직한 것이 좋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토란의 식감. 좋다.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한 그릇 뚝딱했다. 든든하게 먹고 나서 오늘은 토란국에 대해 써야겠다 생각하고 설거지를 하고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는 지금-


목구멍이 쪼끔 부어오르는 느낌이 든다. 쫄려서 검색을 했다. 토란은 염증을 완화하고 항암효과가 있으며,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고 변비예방 및 비만개선에도 좋단다. 위 건강에도 좋고 면역력 향상 및 피로개선도 되고, 뭐 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좋은 식품이었다. 체질에 따라 토란의 독성으로 알레르기가 일어날 수도 있단다. 그래도 토란의 독 성분은 물에 잘 빠지니 잘 씻고 담가두고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하니 우선 물을 두 잔 마시고 마음을 안정하기로 한다.


데치고, 담가두고, 끓이고-오래 끓이고 그랬으니 괜찮겠지 뭐. 별일 있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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