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영양실 근무 석달이 지나니 이제야 어느정도 일의 순서도 알고 내가 해야할 것들도 알게 되었다. 상황에 따라 세팅일을 하기도 하고 전처리를 하기도 한다. A반이 해야할 일이 있고, B반이 해야할 일도 있다. 모든것이 익숙해져가니 관계들이 더욱 돈독해지기 시작했다. 요리부 언니 한명이 건강이 좋지 않아서 휴식에 들어갔고, 내가 오기 전까지 입사막내였던 언니가 요리부로 들어가면서 막내였던 우리 둘이 짝꿍을 할 일이 많아졌다.
내 흉 많이보지?
막내짝꿍 언니가 물었다. 사실이어서 깜짝 놀라 꾸물댔더니
상희씨 없을때 상희씨 흉보는만큼 보것지뭐.
한다. 네?
영양실 근무는 여섯이서 돌아가면서 일정을 잡으니 하루에 네명이서 모여서 일을 하게 된다. 쉬는 시간이 되면 겨우 엉덩이를 붙이고 커피한잔을 하면서 20분쯤 휴식시간을 보내는데 이야기의 끝은 휴무중인 언니들의 흉보기다. 사실 뒷담화는 얼마나 달콤한 간식거리인가. 그럼에도. 나는 나도 흉을 잡힐 거라고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다른 언니들을 흉보는 만큼이라니. 소름이 돋는다. 그러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똥멍청이었던가. 단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에 얼마나 허둥대고 엉뚱한 대답을 했었는지 생각이 났다. 그래, 나라고 별 수 있나. 나도 언니들의 안줏거리것지.
그동안 언니들과 나름 쌓았다고 생각했던 신뢰가 와르르 무너졌다. 두통이 다시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