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세요
여사님들이 뒤에서 말이 많아요.
영양사가 이야기를 하자고 하더니 갑자기 말했다. 내가 화요일마다 쉬는 것에 대한 거다. 이미 그 이야기는 영양사를 비롯하여 모든 언니들에게 허락까지 받고 시작한 일이었다. 허락한 일에 비난이라니!
제가 그랬잖아요. 겉으로는 괜찮다 말해도 당장 그날에 자기 일이 생겨서 쉬어야 할 때 말 나올 거라고요. 수업이 언제까지라고 하셨죠? 겸업 금지인 거 아시죠? 이번은 봐드리지만, 둘 중에 하나 고르셔야 해요. 둘 중 하나 고르라고 하면 저희일 하실 거잖아요?
생각해 보고 답을 하겠다고 했다. 화가 나고 서운했다. 여섯 명이 일을 하면서 하루에 두 명씩 휴무를 잡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화요일에 나 포함 세 명이서 휴무를 요구한 거였다. 당장 화살은 나에게 돌아왔다. 두 분 모두 집안일이어서 바꿀 수 없다 했다. 수업이 2시부터인 내가 그날만 A반을 하고 1시에 퇴근하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고,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런 문제는 언제나 생길 수 있는 문제였기에 아마도 싹을 자르겠다 생각한것 같은데, 상황을 되새길수록 괘씸했다. 관리자로만 20년 가까이 일했던 나다. 소통이 무엇인지 모르는 영양사의 대화스킬은 나를 많이 실망시켰다.
여사님, 제가 지난번에는 수업을 하셔도 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알아보니 겸업은 안되더라고요. 만약에 다른 일 하시다가 다치시거나 하면 우리 일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고, 매번 같은 요일에 휴무를 하시는 것도 다른 여사님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기도 하고요. 여사님들이야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다 괜찮다 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번 수업만 끝나면 그만하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처음부터 잘 알아보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중간에 말을 바꾸게 되어 미안하게 되었어요.
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언젠가 월급 금액이 맞지 않아서 사무실에 가서 물어본 적이 있다.(사무실에 갈 일이 있어서 간 김에 물어봤다,) B반을 하면 A반 때보다 1시간 금액이 더 나와야 하는데 영양사가 내 B반 근무일수를 체크하지 않은 거였다. 담당자가 그 자리에서 영양사랑 직접 통화하며 상황을 정리했고, 다음 달 월급에 소급적용하기로 했었다. 그때도 영양사는 나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어머! 내가 실수해어요. 죄송해요!"라던가 "제가 깜빡했네요. 이번 달에 소급적용될 테니 걱정 마세요. 만약 다음에도 궁금한 게 있으면 저에게 먼저 이야기해 주세요."라던가 했더라면 좋았을 거다. 어차피 문화센터는 12주 수업. 그 후에 인원이 모아지지 않으면 다시 오픈을 못할 것이고, 지역아동센터는 단발로 13주 수업이면 끝이 난다. 일이 고되어서 그렇지 4대 보험이며 보장된 월급이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임에도 영양실에 정이 똑 떨어졌다. 사실, "둘 중 하나 고르라고 하면 저희일 하실 거잖아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예의상 생각해 보겠다고 한 거였다.
예의상 일주일 정도 시간을 보내고 영양사에게 4월까지만 하겠다고 말했다. 2주 정도 남아 있으니 충분히 후임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영양사는 오래 다닌 분보다 일도 잘하시면서 오래오래 해서 반장까지 하라고 하니까 왜 그만두냐고 하면서도 잡지는 않았다. 실랑이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 일은 오늘 그만두겠다 말하고 내일 안 오는 사람도 흔하고, 말도 안 하고 안 오는 사람도 흔하단다. 영양사는 사람 구할 시간을 줘고 고맙다고 했다. 그래도 중간에 말을 바꾼 것에 대해 끝내 내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나도, 사과하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자존심으로 안정된 직장의 퇴사를 앞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