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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Feb 10. 2023

조금 느슨해도 괜찮아

라테는 말이야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농업과 식품화학 저널’에 우유 속 단백질 성분과 커피가 만났을 때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지난 1월 30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커피 속 폴리페놀과 우유 속 아미노산 성분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험결과 폴리페놀만 투여한 것보다 폴리페놀과 아미노산이 섞였을 때 면역 세포에서 항염증 효과가 2배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카페라테 효과라는 말도 있다. 미국의 재테크 전문가가 그의 책에서 처음 사용한 명칭으로 식사 후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 값을 모아 저축하면 나중에 큰 목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하게 소비되는 푼돈이라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투자하면 목돈이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카페라테 효과다.     

 

카페라테는 맛도 좋지만 영양도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이름을 딴 경제용어도 있는데  어쩌다가 꼰대라는 오명을 쓴 것일까? 요즘 세상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은 무척 조심스럽다. 상대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든다는 것이 잘못하면 <라테는> 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20대인 우리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고 안쓰럽고 그렇다.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도 하고 있다. 그러다 힘이 들면 울기도 하고 좌절도 하다가 다시 일터로 돌아가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다. 나의 젊은 시절도 그랬다. 의무와 책임감에 숙제하듯 살았다. 그러다 내가 아프거나 죽거나 하면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렸다.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하는데 열심히 시험문제를 풀며 끙끙대는 나에게 남편이 60점만 넘으면 합격인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말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시험이라는 것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나는 100점 맞으려고 공부했다. 충격이었다. 시험은 100점 맞으라고 있는 거고 학점은 4.5점 맞으라고 있는 거고 성적은 ‘수’를 맞으라고 있는 것 아닌가. <이왕이면> 더 잘하면 좋지 않은가.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잠을 자면서도 고민했다. 어쩌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일도 미리 생각하느라 하루해가 저물었다. 여유가 없었다. 휴가 때도 내내 회사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은 나는 사진 속 무표정으로 남아 있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도시락을 흔들어서 비빔밥을 해 먹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나는 도시락이 지저분해지는 게 싫어서 해보지 않다가 고추장까지 싸 와서 흔들어대는 비빔밥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어느 날 혼자서 밥 위에 반찬을 넣고 막 흔들어 보았다. 신나게 흔들고 나서 뚜껑이 딱 열었더니 하나도 섞이지 않았다. 왜 그런가 했더니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시락의 밥을 반쯤 먹어 공간을 만들던가 처음부터 밥을 아래에 얇게 깔리게 싸야만 밥과 반찬이 잘 섞인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얘들아, 라테는 말이야, 미친 듯이 일했어, 신들린 듯이. 그렇지만 그렇게 앞뒤 안 보고 정신없인 달리기만 하다가는 큰일 나더라. 넘어져서 다쳐. 그렇게 달릴 줄 아는 사람은 넘어지면 툭툭 털고 일어설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던 사람은 넘어지면 못 일어나. 이렇게 열심히 달렸는데, 길가에 꽃도 한송이 쳐다보지 않고 새소리가 들리건 말건 달리기만 했는데 내가 왜 넘어졌느냐고 따지고 화내느라 못 일어나. 그러니까 말야, 뛰지 말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자. 그러다 기운이 나면 뛰고 기운인 달리면 천천히 걷고... 내가 해봐서 하는 이야기야. 인생은 100점 맞으려 살지 않아도 돼. 60점만 넘으면 되는 거야.    

  

아이들에게

인생사 에스프레소처럼 쓰디쓰지만 쉼표를 잊지 말라는, 조금은 느슨해도 괜찮다는 나의 한마디가 쓴 인생에 살짝 곁들인 부드러운 우유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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