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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상희 Jun 12. 2023

양말 한 짝은 어디로 갔나

빨래의 법칙

알 수가 없다. 빨래를 하고 나면 꼭 양말이 한 짝 없다. 가끔은 세탁기 안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바지 안에 들어 있기도 하지만 거의 못 찾는다. 어제도 빨래를 개는데 내 하얀 양말 한 짝이 없는 거다. 여기저기 쑤셔 봤지만 못 찾았다. 세탁기를 노려보며 '이 양말 잡아먹는 녀석아! 내놔! 뱉어!' 하며 화를 내고는 투덜투덜 세탁한 옷들을 정리하러 서랍장을 열었는데 그곳에 한 짝이 있었다. 며칠 전 짝을 찾지 못했던 그 한 짝의 양말. 그 짝이 오늘의 빨래에 있었다.


밖에 널었다면 날아갔나 했을 거다.

어제도 손빨래 한 윗옷 세 개, 바지 한 개를 널었는데 저녁에  걷으려고 보니 윗옷 두 개가 없어졌다. 주위를 살펴보니 하나는 텃밭 쑥갓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을 잘 모시고 왔는데 하나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혹시나 하고 담 밖을 보니 그곳에 엎어져 있었다. 이 나이에 담을 타고 내려가서 조심조심 주워왔다.

양말 한 짝들이 더 이상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홀로 어디 여행을 간 것인가. 아님 젖은 채로 어디 짱 박혀서 슬슬 말라가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다. 그나저나 내 거는 그렇다 치고, 놀러 온 조카 양말 한 짝은 또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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