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체를 사랑한다. 삶의 고통까지도 사랑하고 받아들이려는 니체의 철학을 사랑한다. 니체는 심각한 건강 문제로 고생했고, 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했으며, 말년에는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다. 그럼에도 그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 해도 다시 한번 이 삶을 살 것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을 해야만 한다는, 삶에 대한 태도를 나는 사랑한다.
주말 내내 아이가 열 38도를 오르락 내리락했다. 아이가 축 처질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고, 다행히도 평소 보다 찡얼거림이 많은 정도였다. 하지만, 열이 나는 아이를 두고 마음이 편한 부모는 없기에, 하루 종일 아이 옆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블럭으로 트럭을 만들어주고, 같이 그림을 그려주고, 같이 이불 위에서 데구르르 구르며 놀아주었다. 입맛이 없는 아이를 위해 평소 좋아하는 새우전을 해주기도 하였는데 입도 안 대고, 또 그런 아이가 걱정되어 죽도 해주고, 주먹밥도 만들어주고 하며 겨우 삼시 세끼를 챙겨주었다.
주말 전에는 아내와 나는 이번 주말에 잠시 아이를 할머니, 할아버지께 맡기고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자고 계획을 세웠었다. 아이가 아프는 바람에 결국 무산되었고, 우리는 오로지 아이를 중심에 두고 돌아가는 주말을 보냈다. 아이와 계속 붙어 있다보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지쳐버렸고, 아이에게 혼자 놀라며 나는 돌아누어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 시간이 없다는 것에 한탄할 때가 많다. 육아를 마치고 밤 10시쯤 혼자 맥주를 마시며 아이를 낳기 전의 내 모습을 떠올릴 때도 많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였던 시절,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을 위한 삶이 인생의 전부였던 시절을 떠올린다. 맥주 한잔을 마시며 멀리 떠나가버린 그 시절을 추억한다.
그러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우리 아이가 내 삶에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정말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할 것이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아이는 내게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무언가이다. 아무리 나를 지치게 하고, 아이를 위해 나의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아이를 낳고 싶다.
퇴근 후 ‘아빠’하고 부르며 함박 웃음으로 달려와 나에게 안기는 순간을 영원히 반복하고 싶다. 하루 종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우울한 일들로 가득차도 이 순간에 모든 피로가 녹는다. 밥을 먹다가도, 놀이를 하다가도 “아빠 사랑해”라고 말할 때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찾아온다. 이 행복이 나의 삶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육아는 힘들다. 힘들지만, 나는 육아를 사랑한다. 아니, 사랑해야 한다. 아이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영원히 반복하고 싶은 대상이다. 그러니 육아를 사랑해야 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힘든 육아가 영원히 반복된다 해도 다시 한번 아이를 낳을 것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예”라는 대답은 단순한 체념이나 운명의 수용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향한 적극적인 긍정이며,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내가 육아를 사랑하는 더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삶을 사랑하는 법을 육아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육아는 나를 끊임없이 성장하게 한다.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할 때도, 더 큰 사랑이 필요할 때도 있다. 때로는 좌절하고, 화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결국 힘들고 지친 순간도 모두 내 삶의 일부인 것이다. 니체는 ’이중 긍정’을 말한다. 첫 번째 ‘긍정’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긍정이고, 두 번째 ‘긍정’은 그것의 영원한 반복까지도 사랑하겠다는 긍정이다. 이것이 바로 니체가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삶에 대한 태도이며, 나는 아이를 키우며 그것을 배우고 있다.
최근 읽은 정지우의 <그럼에도 육아>에서 발견한 구절은 내가 지금까지 말하고자 했던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니체에 의하면 그리고 바로 이런 긍정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달리 말하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내 삶을 사랑하게 한다. 삶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다시, 사랑하는 것이다.”
육아는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 나는 아이를 키우며, 삶의 모든 순간을 영원히 반복할 만큼 충실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배우고 있다. 나는 내 삶의 모든 순간을 영원히 반복하며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나, 다시, 사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