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그동안 아이들 중간고사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얼른 시험 끝나면 좋겠다 좋겠다 하면서 지냈는데, 드디어 쉬는 날이 되기도 전에 감기에 걸렸다. 아이쿠.
오늘은 산에 가거나 둘레길 걷기를 가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감기로 못 가게 되었다. 어제 일기예보는 비“ 였는데 왜 아침부터 날씨가 좋냐고!!
비라도 오면 하루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면서 여름 옷 정리도 하고 넷플릭스도 보고 요리도 하고 그럴텐데, 비가 안 오다니.
역시 나중에 나중에 하면 안된다. 시간 날때마다 하고 싶은 걸 해야한다.
나는 여름 생이라 그런가 여름이 좋다. 더운 걸 좋아하고 땀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땀이 잘 안 난다) 계속 덥다가 갑작스럽게 찬 바람이 부니까 몸도 기운이 없고 마음도 다운된다. 이건 모두 날씨 탓이다.
금요일 퇴근 길에 문득, 나는 진짜 하고 싶은 게 뭘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우선, 출근을 안 하고^^
오전에는 산에 가거나 둘레길을 걷거나 목욕탕을 가거나 책을 읽고
오후에는 시장에 가서 장을 봐서 요리를 하는 것.
저녁에는 일찍 잠자는 것
뭐 이런 은퇴 혹은 퇴직자의 삶 같은 게 내 꿈이다 ㅎ
나와 같은 일을 하던 동네 언니가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내가 일하기 싫다 바쁜 것도 싫다 그러면 “그 때가 좋은 거다” 라고 한다. 그 언니는 아들들도 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집을 떠났고 뭐 그러니까 한가한 편이다. 외롭고 쓸쓸하다고 하면서, 전화하면 늘 바쁘더라 ㅋ
주말마다 해파랑길 남파랑길 갈맷길 어쩌고 하면서 하루 종일 밖에 나가서 걷고
사람들 만나서 모임하고 그러던데, 아직 자식 공부도 안 끝났고 돈도 한참 더 벌어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 언니가 부럽다.
오랫동안 큰 식당하다가 코로나때 접고 은퇴자의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언니는 날마다 산에 갔더니 이제 산에 오르는데 몸 가볍기가 다람쥐 수준이라고 자랑했다. 광안리 바닷가 옆 좋은 동네에 사는데 서면 갈때는 황령산을 넘어 걸어간단다. (오잇, 고갯길을 걸어요 아니라 그냥 산 하나를 통째로 넘어가시는 수준)
그 언니도 부럽다.
그때가 좋은 거다, 지나고 나면 다 그렇게 느껴진다.
한창 아기 키우는 젊은 엄마를 보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그때가 제일 좋을 때다”
그런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나서 그런거지 그때 잠도 못자고 얼마나 힘들었냐고.
그런데 진짜 돌아간다면 아기 어렸을 때 그 순간은 진짜 좋을 때인건 맞다.
오십 중반, 앞으로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늘 고민하면서
이 순간 역시 지나고 보면 그때가 좋을 때다 할 때인 건 분명하다.
일요일 쉬니까 역시 좋긴 좋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