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쑥부쟁이, 내가 좋아하는 가을꽃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절교다
내가 좋아하는 가을꽃, 개쑥부쟁이
안도현 시인은 무식한 놈이라는 시에서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를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라고 썼다고 한다.
그럼 나도 여태껏 쑥부쟁이를 구절초인줄 알고 있었으니 무식한 놈ㅋ
여름 지나고 가을이 금방 지나갈 줄 알았는데, 좀처럼 겨울은 오지 않는다.
11월 중순인데 낮에는 반팔차림은 흔하게 눈에 띤다. 밤에 퇴근할 때 입을 옷을 가방에 따라 들고 다닌다.
올해 단풍이 예쁘게 들지 않는다고 투덜대니, 다들 작년에도 그랬어~ 라고 한다. 이제 쨍하게 붉은 단풍이나 노랗게 빛나는 은행잎 물드는 건 보기 힘들겠구나 싶다. 부산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건 벚나무는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몽땅 다 떨어져 버렸다는 거다. 붉은 벚나무 단풍은 구경도 못한다. 산 중턱 은행나무는 잎이 아직 새파랗다. 지금 11월 11일인데.
가을 단풍대신에 들국화 구경은 잘 하고 있다. 지난주에 산에 갔는데 가족들이 내가 좋아하는 구절초가 곳곳에 피었다고 환호를 보냈다. 다들, 저 꽃이 구절초인건 어찌 알았대?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검색을 해보니, 그 꽃들은 “개쑥부쟁이”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을 이맘때 땅에 딱 붙어서 피는 작은 들국화들을 좋아해서 검색했던 기억이 났다. 잎을 보고 구별하라고 했던 기억도 나는데, 그만 싹 다 까먹었다.
진짜 나도 “나여,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라고 할판이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쉽게 기억이 되는 반면에 쑥부쟁이라는 들꽃이름은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희한하게도 쑥부쟁이는 잎이 쑥잎 모양이 아니고, 구절초 이파리가 쑥모양이라 그런가?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여러번 되뇌어보는데, 내년 가을이 되어 들판에 핀 꽃을 보다가
또 구절초다! 라고 하지않을까 싶어 살짝 걱정되긴 한다.
이것도 저것도 다 가을에 피는 들국화인데,
들국화닷~~ 라고 하는 것보다는 구절초, 쑥부쟁이.. 이렇게 조금더 가까운 이름을 불러주고 싶은 마음인데, 잘 기억해놔야겠다.
개쑥부쟁이, 내가 좋아하는 가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