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길다
여름이 지나고 금방 겨울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가을 옷은 살 필요 없어, 나는 딸아이에게 겨울옷 준비를 하는 게 나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11월 중순인데 아직 딸은 반팔을 입고 있다. 겨울이 오긴 오는 건가요?
예상했던 것보다 가을이 길다. 여기는 부산.
구글 포토는 작년 이맘때, 재작년 이맘때, 뿐만 아니라 10년 전 오늘 사진까지 보여준다.
유독 지난 사진을 자주 보여주는 때가 있는데, 주로 꽃이 피는 봄날이나 요즘 같은 단풍시즌이다. 아마도 내가 꽃사진, 단풍사진을 열심히 찍었기 때문이겠지.
십년 전 11월 6일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에서 잎이 바닥에 거의 다 떨어져있는데,
올해는 유난히 나뭇잎이 늦게 물들어서 초록 은행나무와 노란 은행나무가 반반이다.
오늘 11월 17일.
이즈음에는 분명 패딩을 입고, 모직코트를 입어야하는데
낮에는 반팔을 입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패딩입은 사람 후리스 입은 사람들도 있다.
지난주에 수능시험이 있었는데, 이제 수능한파도 옛말이 되었다.
일요일 오늘 아침, 단풍이 얼마나 들었나 순찰하러 나가는 사람처럼
회동수원지 둘레길을 산책삼아 다녀왔다.
아직 노란 은행잎은 일주일은 더 볼 수 있을 것 같다.
산책길에 이웃 동네 양산과 기장에서 안전문자를 보내왔는데
한파주의보 란다.
어, 어젯밤도 덥고 오늘 아침도 더웠는데
갑자기 한파라고? 부산이랑 날씨가 많이 다른가 그랬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는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가을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