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23-
작년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탄도항에 일몰 사진을 찍으러 갔다. 다행히 날은 맑았고 해가 온전히 저무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황금빛 황홀한 고요함 속에서 아이들은 석양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고 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일몰의 추억과 특별함이 더 해진 날이라 아이들이 촬영한 사진 중에서 인상 깊은 사진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예진이가 찍은 [친구] 사진은 내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아두었다. 태양을 바라보는 친구를 실루엣으로 표현한 구성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카스파 프리드리히의 그림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을 연상시켰기에 사진과 그림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진이었다.
바다 앞에 한 소년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과 철썩이는 파도에도 소년은 미동하지 않고 태양을 바라보며 굳건하게 서있다. 파도는 소년을 삼키지 못한 채 발밑에서 사그라들고 그 자리 위로 태양까지 이어지는 빛길이 비춘다. 저 태양이 소년을 부르는 듯하다. 저 빛길을 따라간다면 소년은 태양에 다다를 수 있다. 그래서 소년의 뒷모습에서 꿈을 볼 수 있다.
안개가 거대한 여러 산을 신비롭고도 거칠게 감싸 안고 있다. 그리고 한 중년이 그런 자연을 바라보며 서있다. 중년의 앞에는 어느 하나 선명한 곳이 없다. 선명한 곳은 오직 중년의 뒷모습과 그가 딛고 있는 바위뿐이다. 그 앞에 놓여있는 세상은 미지이자 거대한 거대한 자연이다. 그 앞에 선 중년의 뒷모습은 강하지만 고독하다.
그리고 난 소년과 중년의 두 뒷모습을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