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한 달 살기 -7-
지호는 충남 서산의 중리어촌체험마을에서 첫 갯벌체험을 했다. 갯벌에 발이 푹푹 빠져도 호기심 어린 모습을 보이는 지호의 모습에 즐거운 추억 만들기가 이미 예약된 듯했다. 한편 아내와 나는 오랜만에 하는 갯벌체험이라 바지락을 양껏 캐서 맛있는 요리를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들떴다. 바지락만 생각하는 우리와 달리 지호는 작은 게만 쫓아다니며 잡았다. 움직이지 않는 바지락보다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게에게 관심이 가는 것이 지호에게는 당연했다.
집에 돌아와서 지호와 함께 갯벌과 관련된 어린이 책을 함께 읽었다. 그 책에는 바지락, 게, 짱뚱어 등 갯벌에서 만났던 반가운 생물 사진들로 가득했다. 우리가 갯벌에서 보지 못했던 맛조개 사진도 있었는데 지호에게 맛조개를 잡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소금을 이용해 맛조개 잡는 것에 지호는 큰 호기심을 보였고 그때부터 나와 함께 역할극으로 맛조개 잡는 연습을 수도 없이 했다. 물론 내가 맛조개 역할이었다.
지호의 두 번째 갯벌체험은 거제도 다대어촌체험마을에서였다. 지호는 가면서부터 맛조개 노래를 불렀지만 이곳에 맛조개는 없었다. 아쉬웠지만 대신 새우와 소라게를 많이 잡으며 실컷 놀았다. 그리고 지호에게 맛조개를 잡는 체험을 시켜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갔다.
진도의 죽림어촌체험마을에 맛조개가 있다는 정보에 지호와 나는 들떴다. 하지만 진도에서 남은 여행기간 동안 물때가 맞는 시간이 두 번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리고 한 번은 다른 일정으로 놓치고 말았고 마지막 남은 한 번은 꼭 가기 위해 전화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주민분께 맛조개 지금 잡을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해질 무렵 찾은 죽림어촌체험마을의 갯벌은 고요했고 아름다웠다. 갯벌에 들어가자마자 맛조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많은 구멍 중에서 맛조개 구멍을 알아차리기란 우리에게 쉽지 않았다. 헤매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마을 주민께서 본인의 일도 미루고 우리가 맛조개를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맛조개는 지호에게 인사하려는 듯 정말 뿅 하고 튀어나왔다. 지호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맛조개를 보았고 그것을 직접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손맛을 보았는지 밀물시간이 되어 물이 서서히 밀려올 때까지도 나가려 하지 않고 계속 맛조개를 찾아다녔다. 지호를 설득하여 갯벌 밖으로 나가는 과정은 고되었지만 우리는 지호의 소망 체크리스트를 하나 채워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정말 진도는 우리에게 보물 같은 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