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사는 한국인은 뭘 사 먹는가 (1)

재독 한국인의 한 줄기 빛(?), 아시아 음식

by 나흐클랑

"독일에서는 뭐 먹고살아?"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독일 음식'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음식이 마땅치 않아서 그렇겠죠. 물론 사람 사는 동네란 어디를 가도 비슷한 모양이어서, 평소에는 한국과 비슷하게 집 근처 마트에 가 식재료를 사다가 이런저런 레시피를 따라 하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곤 한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언젠가 마트를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하지만 이번에는 우선, 제가 독일에서 주로 사 먹는 음식을 먼저 소개해볼까 합니다. 독일에 사는 한국인은 식당에 가면 주로 뭘 사 먹을까요? 소시지? 슈바인학센?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머릿속에 떠올리는 바로 그 음식이 여기에도 등장할까요? 앞으로 세 편의 글에 걸쳐 제가 독일에서 자주 사 먹는 음식들을 소개할 텐데요, 여러분의 생각과 비교해 보시면서 글을 읽어나가시는 것도 재밌겠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따라와 주세요.




◆ 베트남 음식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포 보(Pho Bo)는 독일의 어느 베트남 음식점을 가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베트남 음식입니다.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한 음식이죠. 독일에는 베트남 식당이 굉장히 많고, 가격도 다른 종류의 식당에 비해 비교적 덜 비싼 편이라 실제로 현지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 데이터베이스에서는 2025년 기준 독일 안에만 2400개가 넘는 베트남 식당이 있다고 하죠. 제가 살고 있는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에도 베트남 식당은 있을 정도니까요.


변주를 준 메뉴인 완탕면(왼쪽)이나, 코코넛 맛이 은은하게 나는 베트남식 커리(오른쪽)도 맛이 일품이다.

독일에 베트남 식당이 많은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얽혀 있습니다. 냉전 시기, 통일 이전의 동독(DDR; 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과 북베트남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특히 70~80년대 즈음에 동독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회주의 국가와 협약을 맺었는데, 그중 하나가 베트남이었죠. 이 협약이 체결되고 나서 수만 명의 베트남 노동자가 동독으로 넘어왔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약 6만 명의 베트남 노동자가 동독에 머물렀대요.


드레스덴의 베트남 식당에서 먹었던 분짜 스타일의 메뉴. 한국인 입맛에 딱 맞다.

이후 1990년, 독일이 통일되자 많은 베트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일부는 독일에 남아 자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생긴 가게 중 하나가 바로 작은 아시아 식당이었던 거죠. 베트남 요리의 특성상 원가가 낮은 편이고, 통일 후에도 동독 지역의 임대료는 비교적 저렴했으니 창업하기 좋은 업종이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서일까요? 오늘날에도 베를린이나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에어푸르트 등 예전 동독 지역의 주요 도시에서 베트남 식당을 유독 많이 찾아볼 수 있답니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Mittags- 가 붙은 점심 특별 메뉴를 찾을 수도 있다. 저렴하게 이용 가능.

실제로 전 독일에 살면서 외식을 한다고 했을 때 베트남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한식당도 찾아가려면 갈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식의 맛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만족스러운 한식당을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에 비해 베트남 식당은 어디를 들어가더라도 비교적 실패가 적죠. 게다가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뜨끈한 국물'을 만날 수도 있고요. 독일 현지인들에게도 큰 거부감이 없는 음식이라, 같이 먹으러 가자고 권하기도 좋답니다.




◆ 일식


함부르크의 유명한 스시 가게인 'Sakura Sushi'의 세트 메뉴.

일식은 독일에서 꽤나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특히 대도시로 갈수록 퀄리티 높은 일식당을 만날 수 있어요. '일식'이라고 걸어두고 이런저런 아시아 음식을 잡다하게 파는 곳들도 많지만(사실 현지인들 중에는 그런 곳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괜찮은 일식당을 만나면 한국에서 먹는 것 못지않은 퀄리티를 만날 수 있죠. 물론 착한 가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요.


프랑크푸르트에서 먹었던 라멘(왼쪽). 구성이 한국에서 먹는 그것에 못지 않다.

독일에서 일식은 처음에 스시 위주로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라멘이나 우동, 덮밥, 튀김류 등 다양한 일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많아요. 독일 사람들은 일식을 세련되고 건강한 음식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제법 인기가 좋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일상적인 외식 메뉴라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포장된 스시나 인스턴트 라멘 등도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니까요.


다만, 전반적으로 베트남 음식에 비해 가격대가 아주 살짝 높은 편이랍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못내 아쉬운 지점이죠. 한국에서는 적당한 가격에 품질 좋은 일식을 찾기가 쉬우니까요. 그래도 대도시에 방문하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 중식


모든 사람들에게 호불호 없이 인기를 끌 수 있는 꿔바로우.

일식이 있다면 중식도 빠질 수 없죠.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그렇듯, 중식은 독일에서 정착한 아시아 음식 중 가장 오래된 장르입니다. 독일의 중식은 1900년대 초, 함부르크와 베를린에 세워진 중국인 해운 노동자 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됐어요. 1920년에는 이미 베를린에 중식당이 생겼고, 두 번의 세계대전 이후에는 대중적인 외식 메뉴로 확산됐죠.


초기의 중식은 정통 중국식이라기보다는 독일인에 입맛에 맞춘 '독일식 중국요리'가 많았습니다. 소스는 단맛이 강했고, 야채와 고기 또는 튀김이 중심이 되는 메뉴가 많았죠. 말하자면 진짜 중국음식이 아닌 중국 스타일의 요리였달까요. 마치 미국의 '아메리칸 차이니즈(American-Chinese)' 처럼 말이죠.


막창야채볶음(왼쪽)과 중국 가정식 반찬(오른쪽) 등은 최근 들어 유행하는 요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인 유학생과 젊은 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정통 중식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훠궈나 마라탕 등 독일인들의 입맛에 자극적일 수 있는 음식을 다루는 식당도 많아졌죠. 또, 가족 단위 손님을 겨냥한 뷔페형 중식당도 많아지고 있고요.


그런 '진짜 중식당' 한 곳을 추천해 볼까 합니다. 바로 라이프치히에 있는 'Zhang'이라는 음식점인데요, Bayerischer Bahnhof 근처 Windmühlenstraße에 있어요. 이렇게 주소까지 자세하게 적는 이유는 Zhang이라는 이름을 가진 식당이 라이프치히에 두 곳 있기 때문이죠.


매콤하고 자극적인 마라탕 류의 요리 역시 많이 팔린다.

여기는 정말 맛집입니다. 겉보기에 기름져서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은 메뉴도 막상 한 입 먹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아요. 깔끔하고, 원물의 맛을 끄집어낼 수 있을 정도로만 향신료를 사용했죠.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먹어본 중국 요릿집들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해요. 혹시 라이프치히에 방문하게 된다면, 하루는 여기서 식사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렇게 한국인의 독일 외식 탐방기 첫 번째 글이 끝났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시아 음식을 위주로 소개해봤어요. 여러분이 예상하셨던 음식과 비슷한가요? 다음 시간에는 우리가 한국에서도 흔히 접하는 서양 음식을 가지고 돌아올게요. 독일에서도 얼마든지 우리에게 친숙한 양식을 접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다음 글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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