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사는 한국인은 뭘 사 먹는가 (2)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필살기, 이탈리아 음식과 버거

by 나흐클랑

지난 글에서는 한국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찾게 되는 아시아 음식 위주로 소개했었죠. 실제로 독일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메뉴들이고, 어떨 때는 한국에서보다 더 맛있는 식당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첫 순서로 소개했답니다.


이번 글에서도 '독일 외식 여행기'는 이어집니다. 어쩌면 오늘 소개할 음식들은 한국인뿐 아니라 독일인의 외식 메뉴 순위에 넣어도 이상하지 않겠네요. 아마 익숙하기 그지없는 음식들을 만나게 되실 겁니다. 그럼 바로 함께 출발해 보시죠.




◆ 이탈리안


훈제 연어가 들어간 크림 파스타(왼쪽)와 파마산 치즈 및 바질을 곁들인 라구 파스타(오른쪽).

이탈리아 음식은 독일에서 단연 가장 인기 있는 외국 요리입니다. 독일인들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는 외식 메뉴를 조사하면 이탈리안이 거의 항상 1위에 오를 정도니까요. 제가 독일의 모든 곳을 다 가본 건 아니지만, 아마 이탈리아 식당이 없는 독일 도시는 없을 겁니다. 마르게리따 피자나 볼로제네 스파게티 등은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메뉴죠.


다만 한국에 비해 평균치가 조금 낮은 느낌은 있습니다. 한국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수준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된 느낌이라, 어디를 들어가 어떤 메뉴를 시키든 기대 이상의 음식을 받을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독일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특히 제법 가격을 주고 주문한 파스타가 입맛에 맞지 않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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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피아노(VAPIANO)에서 사먹을 수 있는 알리오올리오(왼쪽)와 마르게리따 피자(오른쪽).

이탈리아 음식은 어떻게 독일에서 이런 입지를 차지하게 됐을까요? 과거 1950년대에서 60년대 사이, 많은 이탈리아 노동자들이 독일로 이동했습니다. 당시에 전파된 이탈리아 음식 문화가 1세대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죠. 당시 독일인들에게 피자와 파스타는 낯선 음식이었지만, 곧 '친근한 남유럽 요리'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간단하고, 독일인에게 익숙한 재료로 만든 이탈리아 음식은 대체로 친숙한 맛을 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맥주 및 와인 문화와 자연스럽게 조화되기도 좋고요.


독일 사람들의 이탈리아 요리 사랑은 제법 대단해서, 자체 체인점을 만들 정도인데요. 독일의 주요 도시에서는 대부분 바피아노(VAPIANO)라는 이름의 가게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시작된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이에요. 지난 2002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해서, 한 때는 전 세계 여러 국가로 매장을 늘리기도 했던 브랜드죠.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에는 지급불능 상태 신고 후 구조조정을 겪기도 했지만요.


독일의 일반적인 레스토랑과 달리, 여기에서는 고객이 직접 카운터에서 자신의 음식을 주문합니다. 그리고 눈앞의 오픈 키친에서 요리사가 자신의 음식을 만들어주는 과정을 지켜보죠. 약간, 한국의 괜찮은 뷔페식당에 가면 요리사에게 직접 신청하는 면요리 코너가 있잖아요? 그런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캐주얼한 분위기 덕분인지 대학생 같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이탈리아 식당에는 생선 구이 요리가 있다.
스페인식 요리와 비슷하게, 문어를 활용한 디쉬를 내놓는 곳도 많다.

제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식당은 해산물을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이기도 해요. 구운 생선이나 문어 등 먹음직스럽게 요리한 해산물 요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바다와 맞닿은 북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신선한 해산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한국에 있을 때처럼 싱싱한 생선을 사 와 요리한다거나 하기가 어렵거든요. 특히 남이 요리해 주는 생선구이는 언제나 맛있으니까요.




◆ 버거


독일 사람들은 버거를 좋아해서, 저녁마다 식당에 사람들이 항상 많다.

저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버거를 참 좋아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독일에서도 종종 버거를 찾게 됩니다. 도시마다 맛있는 버거 집 하나 정도씩은 있을 정도로, 버거는 독일에서도 인기 있는 음식이죠.


독일에서 버거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에 주둔한 미군을 통해서였습니다. 미군 기지 주변에는 햄버거 스탠드가 있었고, 1971년에는 뮌헨에 첫 맥도널드 매장이 열렸죠. 독일 사람들도 고기를 많이 먹는 편이어서 그런지, 버거 문화는 빠르게 대중 사이에 확산됐습니다.


수제버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

2010년대부터는 독일에도 수제버거 붐이 일었습니다. 젊은 창업자들이 '패스트푸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기의 품질이나 신선한 채소, 수제 번 등을 강조한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죠. 특히 옛 동독 지역에서는 맥도널드나 버거킹 같은 미국 프랜차이즈에 아직까지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자체(?) 수제버거를 취급하는 레스토랑이 은근히 많죠.


물론 버거를 해체해서 먹는 것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께는 좀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어서, 이렇게 높은 수제버거를 좋아하진 않는데요. 그래도 조심히 뒤적거리면서, 잘 잘라서 먹어보면 제법 높은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답니다. 한 번쯤 경험해 보셔도 좋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두 손으로 잡아먹는 버거만 취급한다'라고 하시는 분을 위해 식당 한 곳을 추천하고 마쳐볼까 해요.


IMG_0255.jpeg 베를린의 버거 체인점 '버거마이스터'의 시그니처 메뉴인 '마이스터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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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에 곁들이는 소스도 원하는 만큼 짜갈 수 있다.

이미 많이 알고 계실 수 있지만, 베를린을 중심으로 한 버거 체인점 '버거마이스터(Burgermeister)'입니다. 지난 2006년,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지역에 있는 지하철역 'Schlesisches Tor' 아래 옛 공중화장실 건물을 개조해 문을 연 것이 시작이죠.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미국의 '파이브가이즈(FIVE GUYS)'나 '셰이크쉑(SHAKE SHACK)'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버거와 감자튀김을 주로 판매하는 캐주얼한 브랜드죠. 메뉴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버거 패티나 번 품질이 상당히 좋은 편이에요. 기본이 탄탄한, 먹었을 때 확실하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버거라고나 할까요.


지금은 베를린 안에도 지점이 여러 개 있고, 독일 내 다른 도시로도 확장하고 있는 추세예요. 베를린에 방문하신다면 꼭 한 번 들러 보시고, 다른 도시에 방문하시더라도 혹시 모르니 구글 맵에 '버거마이스터'를 한 번 검색해 보시면 좋겠네요.



오늘은 이렇게 독일 사람들도 대놓고(?) 좋아하는 두 음식, 이탈리안과 버거를 살펴봤습니다. 너무 시시하다고요? 실망하시기엔 아직 일러요. 시리즈의 마지막, 3편에서는 그야말로 '독일스러운' 음식들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독일에 방문한다면 한 번쯤은 꼭 먹어봐야 할, 그러나 한 번 이상은 과연 먹을지 잘 모르겠는(?) 유명 음식들을 소개할게요. 다음 글도 기대해 주세요.



시리즈 1편: <독일에 사는 한국인은 뭘 사 먹는가 (1) 재독 한국인의 한 줄기 빛(?), 아시아 음식>

https://brunch.co.kr/@nachklang/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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