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사는 한국인은 뭘 사 먹는가 (完)

'독일 음식은 맛없다'는 편견은 버려!

by 나흐클랑

독일 사는 한국인의 외식 메뉴. 지금까지 소개한 음식은 독일에 살면서도 의외로 자주 찾게 되는 ‘비(非) 독일 음식’이었습니다. 베트남 식당과 중국집에서부터, 이탈리아 파스타와 버거까지. 생각해 보면 독일의 식탁 위도 꽤나 국제적이네요.


이번에는 드디어, 독일에 왔으면 한 번쯤 먹어봐야 할 바로 그 음식들을 소개하려 합니다.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간단한 음식도 있고요, 전통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음식도 있죠. 비록 유럽의 다른 여러 나라들에 비해 음식 평판이 좋지 않은 독일이지만, 오늘만큼은 독자분들께 자신 있게 소개해보고 싶네요. 함께 구경해 보시죠.




◆ 길거리 음식


베를린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커리부어스트는 독일의 어엿한 국민 간식 중 하나다.

오늘은 독일의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들을 먼저 소개해볼까 해요. 역시 그중에서도 부어스트(Wurst)를 먼저 소개하는 게 맞겠죠. '독일'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부어스트, 즉 '소시지'니까요. 독일에는 다양한 종류의 부어스트가 있습니다. 지역마다 특산품처럼 내놓기도 하고, 속에 들어가는 재료나 먹는 방법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건 아마 '커리부어스트(Currywurst)'일 거예요. 잘 구워진 돼지고기 소시지를 한 입 크기로 썰어, 케첩과 카레가루를 섞은 달콤한 소스에 곁들여 먹는 거죠. 보통 감자튀김이나 빵과 함께 먹는 게 일반적이고요. 흔히 베를린이 커리부어스트의 원조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웬만한 도시에서는 다 만나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랍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이 시도하기 가장 좋은 음식이 아닐까 싶어요. 돼지고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시지와 맛 차이도 크지 않고, 소스 자체도 거부감이 없는 단맛이라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거든요.


잘 구워진 브랏부어스트와 감자 수프. 진짜 독일의 맛은 이런 거 아닐까.

조금 더 '독일스러운' 소시지를 먹어보고 싶다면? 브랏부어스트(Bratwurst)를 시도해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브랏부어스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전통 소시지예요. 제조 방식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죠. 주 재료는 돼지고기지만 지역에 따라 소고기를 섞어서 만들기도 하고요. 만드는 과정에서 후추와 마늘 등 향신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독특한 풍미를 내는 게 특징이에요.


브랏부어스트는 그 이름처럼 대부분 팬이나 그릴에 구워서(Brat) 제공됩니다. 길거리에서 브랏부어스트를 만난다면 열에 아홉은 그릴에 직접 구워 주는 가게일 거예요. 물론 직접 마트에서 사다가 팬에 구워 먹어도 맛있지만, 그릴에서 바로 꺼낸 브랏부어스트만의 맛이 있죠. 대부분 위 사진처럼 빵에 끼워서 주는 게 기본이에요.


참, 사진 속 뒤편에 보이는, 송송 썬 소시지가 가득 들어간 수프가 보이시나요? 저건 독일식 감자 수프인데요, 굳이 비교하자면 매콤함이 빠진 감자탕 국물 맛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역시 맛있어요. 브랏부어스트와 감자 수프 한 그릇이면 길거리 음식으로도 제법 배를 채울 수 있답니다.


따끈하게 갓 구워진 브레첼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기쁨이란.

길거리 음식에서 브레첼(Brezel)이 빠지면 서운하죠. 어쩌면 독일 사람들이 소시지보다 더 많이 먹는 간식일지도 모르겠네요. 브레첼은 독일 전통 빵 중 하나입니다. 특유의 매듭 모양 덕분에, 브레첼 가게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짙은 갈색으로 구워진 겉면은 바삭한 맛을, 잘 익힌 속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때문에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간식이에요.


브레첼을 살짝 반으로 갈라서 사이에 여러 재료를 집어넣기도 하는데요, 보통은 버터를 집어넣은 '버터 브레첼'이 인기가 좋아요. 갓 구운 따끈한 브레첼 사이에 끼워진 버터가 녹으면서 엄청난 풍미를 내거든요. 흔히들 브레첼을 맥주 안주라고 생각하지만, 따뜻한 버터 브레첼은 진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곁들여 드셔봐도 좋을 듯하네요.


최근 독일에서도 종종 보이는 헝가리 간식 '랑고쉬'.

이건 독일 음식은 아니지만, 최근에 독일의 길거리에서도 종종 보이고 있어서 한 번 넣어봤어요. 바로 헝가리 전통 음식인 랑고쉬(Langos)입니다. 약간 우리나라의 옛날식 도나츠, 그러니까 튀김 반죽 도나츠 같은 맛을 내는 빵인데요. 그 위에 취향껏 다양한 토핑을 올려 먹는 음식이죠. 헝가리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나 슬로바키아, 독일 등 중부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여기저기서 사랑받고 있어요. 이거, 생각보다 매력 있습니다.


비록 독일을 여행하러 오긴 했지만, 이색적인 간식도 한 번쯤 먹어볼 만하잖아요? 굳이 헝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나 헝가리 음식 먹어봤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테고요.




◆ 독일 전통 음식


버섯 소스가 올라간 슈니첼. 이처럼 레스토랑마다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 선보이기도 한다.

드디어 독일 전통 음식이 등장할 시간입니다. 가장 먼저 슈니첼(Schnitzel)을 가져와봤어요. 슈니첼은 얇게 저민 고기에 빵가루를 입혀서 바삭하게 튀겨낸 요리입니다. 사실 독일만의 요리라기보단 중부유럽 전체에 퍼져있는 요리기도 하죠. 가장 유명한 건 송아지고기를 사용한 오스트리아식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인데, 개인적으로는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독일식 슈니첼이 훨씬 더 입맛에 맞았습니다. 아무래도 '경양식 돈가스' 그 자체여서 그런가 봐요.


잘 튀겨진 슈니첼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살아있어서 정말 맛있습니다. 다른 소스 없이 레몬즙을 뿌려 먹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데, 가게마다 자신들이 직접 개발한 소스를 메뉴에 함께 포함시켜서 주는 경우도 있어요. 사진의 슈니첼은 버섯 소스가 올라간 슈니첼인데, 제가 독일에서 사 먹어 본 슈니첼 중 가장 맛있었답니다.


웬만하면 실패가 없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거 그냥 돈가스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슈니첼. 여행자의 입장에선 양날의 검(?) 같은 음식일지도 모르겠네요.


똑같이 '학세'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그 스타일은 식당마다 다양하다.

다음은 독일 요리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슈바인학세(Schweinshaxe)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돼지(Schwein)의 정강이(Haxe)'를 뜻하죠. 편의상 독일식 족발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나라의 족발과는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답니다.


우선 기본적으로 삶아서 요리하는 우리나라의 족발과 달리, 슈바인학세는 굽는 요리예요. 물론 속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천천히 삶거나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오븐에서 껍질이 바삭하게 만들어질 때까지 굽는 게 이 요리의 포인트입니다. 이렇게 구우면서 지방이 고루 녹아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식당에서 학세를 주문하면 감자나 빵으로 만든 크뇌델(Knödel), 그리고 양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와 함께 서빙되곤 해요. 이건 원래 독일 남부 바이에른 스타일인데, 이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슈바인학세 디쉬의 표준처럼 잡혀가는 느낌입니다.


학세, 너무 짜게 하는 집만 아니면 정말 맛있습니다. 사실 독일 사람들에게도 학세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거나 축제 때 먹는 음식이지, 엄청 일상적인 음식은 아니거든요. 그래서인지 술과 함께 곁들이기 위해 간이 좀 센 경우도 있죠. 음주에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맥주를 곁들여 드시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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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더롤라덴 역시 학세와 비슷하게 보통 크뇌델, 자우어크라우트와 함께 먹는다. 오른쪽 사진(구글에서 가져옴)은 자른 조각의 모습.

다음으로 소개할 요리는 바로 '린더롤라덴(Rinderrouladen)'입니다. 이름이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소고기(Rinder) 말이(Rouladen)'라는 뜻이죠. 이름처럼 얇게 저민 소고기를 돌돌 만 다음 천천히 조린 음식인데, 독일의 대표적인 가정식 요리입니다. 집집마다 서로 다른 '할머니의 레시피'가 있는 음식이라고나 할까요.


이 요리의 핵심은 속재료입니다. 주로 양파와 베이컨, 피클, 머스터드 따위를 넣고 천천히 조리는데, 이때 속재료의 향이 육즙과 함께 국물에 녹아들거든요. 동시에 고기는 먹음직스럽게 익고요. 한 조각씩 잘라내어 소스와 함께 먹는다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죠. 슈니첼이나 학세가 아닌, 조금 다른 '독일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한 번쯤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식은 굴라쉬(Goulash)입니다. 굴라쉬는 고기와 양파, 파프리카를 천천히 끓여낸 스튜로, 한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음식이죠. 원래는 헝가리 음식인데, 독일을 비롯한 중부 유럽에도 넓게 펴져있어요.


다만 수프처럼 국물 요리에 가까운 헝가리식 굴라쉬와 달리, 독일에서는 걸쭉한 스튜 형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부드럽게 익힌 고기의 질감, 그리고 독일음식 답지 않게(?) 살짝 매콤한 맛까지 느낄 수 있어서 특히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음식입니다.




◆ 번외. 이런 것도 있어요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비건 레스토랑 'GAO'.

최근 독일에는 비건 식당이 많이 생겼어요. 비건이 이제는 트렌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스테디셀러처럼 됐달까요? 그래서 위 사진처럼 '비건 디쉬'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독일에 오고 나서야 '비건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 봤는데요,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라고요. 버섯으로 속을 채운 오이 요리, 쌀을 쫀득하게 뭉쳐서 마치 함박스테이크처럼 맛을 낸 주먹밥(?)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메뉴를 먹어봤답니다.


함부르크의 'Karo Fisch'. 여러 생선과 감자, 야채를 한 플래터에 담아주는 Mix 요리와, 기본적인 피시 앤 칩스를 시켰다.

함부르크 같은 항구 도시를 방문하면 질 좋은 생선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식당도 많이 있어요. 함부르크 Feldstraße에 위치한 'Karo Fisch'도 그중 하나죠. 저는 아직도 여기서 먹은 생선 요리보다 맛있는 생선을 독일에서 만난 적이 없거든요.


서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던 생선구이가 이렇게 귀해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그만큼 독일에서 정말 괜찮은 생선 요릿집을 만나는 건 한국인들에게 꽤나 기쁜 일이랍니다. 함부르크에 가시면 꼭 방문하길 추천드려요.




이렇게 '외식 기행' 3부작을 마무리했습니다. 2편을 쓰고 나서 3편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네요. 기다려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물론 '독일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해도, 제가 소개한 음식들만 사 먹는 건 아니겠지요. 각자의 취향은 너무 다양하니까요. 그러니 혹 조금 갸우뚱하게 되더라도 너그러이 재미로 봐주세요.


다음은 또 어떤 이야기로 돌아올까요? 슬슬 연말이니, 독일의 여러 축제들을 다뤄볼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게 어떤 이야기이든,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독일을 또 담아 오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인사드릴게요.




시리즈 1편: <독일에 사는 한국인은 뭘 사 먹는가 (1) 재독 한국인의 한 줄기 빛(?), 아시아 음식>

https://brunch.co.kr/@nachklang/15


시리즈 2편: <독일에 사는 한국인은 뭘 사 먹는가 (2)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필살기, 이탈리아 음식과 버거>

https://brunch.co.kr/@nachklang/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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