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생각보다 오래 달렸다.
창밖의 풍경이 지루할 만큼 천천히 흘렀다.
내 마음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게 참 웃겼다.
왕복 여덟 시간의 거리를 달려 도착한 병원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대형 병원 특유의 소란스러움 대신,
정제된 공기 같은 고요함이 있었다.
암센터라서 그런 걸까.
손에는 검사 자료와 초음파 CD, 그리고 슬라이드가 들려 있었다.
이 작은 편지봉투 안에 내 암세포가 들어 있다니.
봉인되어 있기에 꺼내본 적인 없지만,
이게 없으면 다시 세침검사를 해야 하기에
소중하게 들고 다녔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길.'
접수를 마치고 대기실에 앉았다.
가만히 주변을 살폈다.
적막하다는 표현도, 고요하다는 표현도
어딘가 부족했다.
조용하면서도 끈적거리는 공기,
사람을 조용히 밑으로 끌어당기는 분위기였다.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 문을 열자,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따뜻한 미소의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컴퓨터 화면에는 내가 가져온 자료들이 이미 열려 있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굉장히 멀죠?"
아, 그 한마디에 마음이 풀렸다.
수술 이야기도, 의학 용어도 아니었지만
나는 그 순간 이 선생님께 나를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결과는 제가 다 살펴봤는데,
전체 전제보다는 반절제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말은 간결했다.
불필요한 단어가 없었다.
"걱정 많으셨죠?
이제 또 걱정하실 텐데, 너무 많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눈물이 차올랐다.
이 먼 거리를 오면서도 울지 않았는데,
그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졌다.
나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좀 덜한 것 같아요."
"타이밍이 늦지 않았어요.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시고,
검사 후에 뵙겠습니다."
진료실을 나와 수술과 검사 예약을 잡았다.
수술을 위한 정밀검사였다.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나는 창문에 비친 나를 빤히 바라봤다.
'여기까지 온다고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