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정확히 말하면,
눈을 떴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처음엔 소리였다.
멀리서 들리는 듯한 목소리,
가까운 듯 먼 기계음.
무언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눈을 뜨려 했는데
눈꺼풀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몸도 마음도
아직 어디에도 붙어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끝났어요."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한참을 돌아서
내 귀에 도착했다.
'끝났다고?'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려는데
목이 이상했다.
뭔가 걸려 있는 느낌,
삼키려 해도 삼켜지지 않는 불편함.
아,
이게 수술 후 불편함인가.
몸을 움직이려고 했는데
움직이지 말라는 말이 들렸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눈을 조금 더 뜨자
흰 천장과 낯선 불빛이 보였다.
몸 위에는
담요가 덮여 있었고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바삐 움직이는 소란스러움에
안심되었다.
'아, 끝났구나.'
목이 아파서
소리를 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말 안 하셔도 돼요."
그 말이 고마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냥 누워 있기만 해도 되는 상태.
눈물이 흘렀는지
누군가가 닦아주었다.
아프기도 했고,
멍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끝났다는 사실이 더 컸다.
'살았다.'
그 말이
마음속에서 아주 작게 지나갔다.
얼마 후
침대가 다시 움직였다.
병실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천장이 천천히 지나갔다.
휠체어를 타고 갔던 길 갔는데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도 모르게
수많은 형광등을 지나
병실에 도착했다.
남편이 먼저 보였다.
눈이 마주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 얼굴만으로
충분했다.
"수술 잘 끝났대."
그 한마디에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목은 여전히 불편했고,
몸은 무거웠다.
"일어나시면 안 돼요."
가만히 누워서 눈만 굴렸다.
곧 아이스팩 찜질을 시작했고,
얼음물을 빨대로 마셨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괜찮았다.
나의 인생의 한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시작이 될지,
또 다른 연장선이 될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지금 당장은 속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