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이렇게 온다

by 나다

시끌시끌.

아침이 왔구나.


눈을 힘겹게 떴다.

이 힘겨움은 물리적인 힘겨움이었다.

어제 퉁퉁 부어 있었던 얼굴은

오늘 더 부어 있었다.


고개를 들 수가 없어

텀블러에 빨대를 꽂아 물을 마셨다.

목 안의 통증과 붓기에는

차가운 물이나 아이스크림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배탈이 아주 잘 나는 타입.

심지어 '그분'도 찾아오셨기에

조금 시원한 정도의 물만 마셨다.

대신 냉찜질을 열심히 해줬다.


갑상선 수술 후기에서

다들 추천하던

냉찜팩과 목베개는

진짜 효자였다.

없었다면..

어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간호사님들이 혈압을 재고,

아침 약을 챙겨주고,

아침밥을 먹고

살짝 산책을 했다.


어제보다는 살만했다.


암병원이다 보니

실시간으로 컨디션을 찾아가는 내가

나이롱환자 같아서

조금 부끄러웠다.


소독과 후두경 검사를 위해

본관으로 쫄래쫄래 이동했다.


가는 길 풍경에

숙연해졌다가

마음이 아파졌다가.


'죽음'이라는 걸

아주 살짝 본 기분.

'생과 사'라는 걸

잠깐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많이 생각이 스쳤다.


소독은 조금 따가웠다.

아직 내 몸에 연결된

배액관은

여전히 징그러웠다.


후두경 검사는

혀를 잡고 목 안을 보는 검사라

생각보다 쉽기 않았다.

우엑.

헛구역질이 나와

검사 선생님도 조금 고생하셨다.


다시 병실로 돌아와

남편과 병원 여기저기를 구경하닥

금세 지쳐

침대에 누웠다.


잠시 후

교수님을 뵐 수 있었다.

오늘도 맑은 얼굴의 교수님.


수술은 잘 되었고,

상처도 잘 아물고 있고,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퇴원.

설레는 단어였다.


그런데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밀려왔다.

조금 어지러웠다.


아직 집을 못 가서 그런가.

아이들을 못 봐서 그런가.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가야 해서 그런가.

아이들과 이렇게 떨어져 있는 게 처음이라

내가 분리불안을 겪는 걸까.


어지러운 마음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지금은 회복에만 집중하자.


실없는 농담과

맛없는 병원밥 이야기를 하며

하루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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