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시청자로부터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요리사 100명이요리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흑수저 '나폴리맛피아'가 우승을 차지하며 인기 몰이를 했다. 100명의 요리사들이 화려한 무대에서 자신의역량을마음껏 뽐냈고,유명 세프들이군장을 떼고 경연 자리에나와화제가 되었다.
먼저 <흑백 요리사>의 압도적 스케일에 놀라지만, 그 안에 숨은 메시지도적지 않다. 뛰어난 요리 실력만큼이나 소양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먼저우승자'나폴리맛피아'가결승전을 앞두고 경쟁자에게 자극적인 말을 해 논란이된 바 있다.또한흑수저'트리플스타'는 사생활ㆍ공금횡령 등으로 인터넷을 달구며, 도덕성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에 반해 백수저'에드워드 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경쟁자에게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환대를 받았다. 실력에는별반차이가 없을지언정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태도)은확연히 다랐다.
[ 파브리아노 워터칼라 스케치북, 신한 수채 물감 ]
장인은 오랜 기간 기술을 연마해야 얻을 수 있는 호칭이다.어떠한 순간에도 견딜만한 내공을 쌓아야 한다. 초연함을 유지한 채 그것(도구, 연장)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단지짧은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해서, 값비싼 장비를 구비한다고 획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다른성취에 자만하기보다상대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조차 좋은 평가를 얻어야 하니,상대를배려하는 마음은필수다.
이러한 이치를 예술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양질의 종이에 값비싼 물감을쓴다 한들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재료든지 그만의 개성이 드러날 때 인정받을 수 있는법이다. 무엇보다 연장 탓, 환경 탓에빠져자기 평가를소홀해서는 안 된다. 결과에 승복할 줄 알고,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돌릴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중국 당나라 서예가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내 글씨와 구양순의 글씨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낫소?"라고 질문하니, 우세남은 "구양순은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마음대로 글씨를 쓸 수 있으니, 그대는 구양수를 따르지 못할 것 같소"라고 답한 일화가 있다. 그들의 대화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단지 실력자라면 좋은 도구에 의지하지 말라는 말인가. 아니다.어떠한 순간에도 역량을 다하며, 실패의 원인을외부로 돌리지 말라는 의미다.
글쓰기 지도법에서도 이와 같은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글의 완성미 이전에 성실도를 먼저 평가하는편이다. 학생들은 대다수 "왜 안 했니?"라는 질문에 "oo 때문에 그래요"라고 답한다. '시간이 없었다, 평소 쓰는 필기구가 아니다, 가족들이 방해해서 못 했다.' 등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핑계는 자존심을 지키는데는효과적일지 몰라도, 자기 한계를 뛰어넘는 데걸림돌이 된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누구나 치부를 드러내는 데 불편함이 있다. 부족한 능력과 조건, 자질 등을 인정하는 건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큰 사람이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과제는있다.어떤 일이든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한다.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개선하는 사람만이 실력을 키우고외부적 갈등에능동적으로대처할 수 있으니,자기 성찰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