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스티븐 잡스의 친필 메모가 경매로나와 1800만 원에낙찰되었다. 월드컵 축구 게임에대한 보고서였는데,아이디어 산출지가 바로메모였다는걸 증명하는일이었다. 또한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 역시 메모광이었는데,출퇴근 시간에 메모한아이디어와 플롯이 소설의원재료로 쓰였다. 영화 <부산행>과 <지옥>을 만든 연상호 감독도 메모에 관한 일화를 소개한 적 있다. 군대 시절 작성한 창작 노트가 총 4권에 이르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일어나는 아이디어까지도기록한다는고백이었다.
또한 <셰이프 오브 워터>와 <호빗>을 제작한 기예르모 델 토로감독은기이한 캐릭터를 창조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집 내부를 보면 전 세계 기괴한 장식품들로 넘쳐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가득찬 창작노트다. 그는회화, 사진, 음악등의 예술 장르를 융합하여 영화를만든다며, 이때모든 관심사를 하나로 묶는 작업이중요하다고말한다. 이는 실체 없는 대상을 실체있는 형상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그출발점은스케치에서 비롯되는 거다.
[ 파브리아노 워터칼라 스케치북, 신한 수채 물감 ]
이렇듯 메모는 산발적인기억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이다.떠오른 이미지, 아이디어, 기술등을 기록함으로써 매순간에 느꼈을 감정이나 생각을 저장할수 있다. 대상에 대한 느낌은때때로다르기에, 축적된 자료를 모아 생산활동에응용하기도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일기도 마찬가지다. 오래된기록을바탕으로 시대별 정보, 생각, 감정들을 소환할 수 있으며,이러한 경험들은 창작활동에재료로 사용한다.
배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자신만의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서 메모하는습관을가져야 한다. 가령 수채화 기법에서 물감의 조합을 예로 들어보면, 기존정보들을 나만의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이필요하다. 어떤 색을 얼마나 조합하느냐에 따라 그림의 화풍이 달라지기 때문에, 색을 만드는 것에도 연구가 필요하다. 이는기본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의 시도,그 결과물에대한 기록을 의미한다.
메모는 글쓰기창작에도 빼놓을 수 없는단계다. 순간순간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TV를 보다가, 길을 가다가,잠을 자다가보석 같은 소재를 만나지만, 미처 메모하지 못해 놓치는 보물들이허다하다. 무엇보다독서 중에 익힌단어들, 영화 속에서만난캐릭터, 신문에서 발견한사건들을플롯으로 조합할때하나의콘텐츠로제작할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학습 단계에도 적용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선생님, 뭐라고 하셨어요?"라는 말이다. 대체로 집중력이부족한 친구들이 하는질문이지만,다른학생들의경우에도 해당이된다. 왜 그럴까. 인간은 모든 걸 기억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지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정보화시대에 놓인우리는 기억하는 능력보다 검색하는능력을 더 중시한다. 언제든 찾아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보는 다시 찾을 수 있되, 그 순간에 이뤄진 생각과 감정은떠올리기 어렵다는것. 창작의 기본은 산발적 정보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렸으니, 그것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과정은필수적이다.
메모광이 성공한다
성공한 사람들은정보와 아이디어를 관리하고 체계화한다. 의견 조율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설득력과 논리력은 중요한무기가된다. 이를 위해서비가시적 아이디어를 가시화하는 것, 즉 메모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선명하게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메모광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