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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Oct 24. 2024

경험은 창조의 원동력이다

"내가 00였다면 시나리오 몇 편을 더 썼을 .."  공중파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가 예비 작가 시절 내게 한 말이다. 당시 선배입봉 작가로 아카데미 내에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 국내외 안 본 드라마가 없을 정도로 성실했던 그는 재능뿐 아니라 열정까지도 남달랐다.  


선배는 한때 나의 창작 환경 부러워했다. 스릴러 영화가 폭풍적인 인기를 당시 나는 경찰 지인들과 연이 닿았다. 일반인이라면 범죄 현장을 경험하기 어렵고 인터뷰조차 쉽지 으니,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선배의 그 말에는 충고와 격려 내포되어 있었. 좋은 재료를 눈앞에 두고도 쓰지 못하는 사람. 간접 경험도 자산이라 했거늘 부족한 날 보며 얼마나 안타까워했.


[ 파브리아노 워터칼라 스케치북, 신한 수채 물감 ]

경험이 참 무섭다. 나에게 수채화는 어렵지만 익숙한 장르다. 유년 시절  꽃과 나비, 자연물의 이미지가 나의 일상을 가득 메는데, 주로 실물이 아닌 예술이 많았다. 어머니는 수많은 자연물을 자수로 남기셨고, 나는 어여쁜 꽃들이 액자나 병풍으로 변해가 지켜보았다. 그래서인지 모란이나 목련 익숙한 존재였고, 그들에게 색을 입히는 과정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대상이든 자주 만나면 익숙해지고 정이 드는 . 대상의 형태나 특징을 파악하는 일이 수월해지는 건  때문일까. 반대로 현재의 낯섦은 미래의 익숙함을 위한 과정으로, 수많은 감정들을 경험하면서 적응할 방식을 찾는다. 이러한 과정은 삶의 지혜를 축적하는 훈련과도 같다. 이에 실패까지도 미래의 자산으로 남겨둘 수 있으니 도전에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경험은 창조의 원동력이다. 간호사 친구가 '의사들의 사랑'을 소재 작품을 써 작가로 등단했다. 그녀는 의료계의 실정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작품에 사실성과 개연성을 높여 제작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굿 파트너>도 이혼 변호사의 경험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람 모두 자신의 경험을 창작의 기회로 삼은 데 공통점이 있다.


학생의 경우라면 어떨까. 인생 경험이 부족하다 영화나 드라마, 도서, 인터뷰 등의 간접 경험이 좋다.  다양한 문화를 접해 글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서는 어휘력 향상뿐 아니라 글감이나 주제 찾기에 좋은 재료임에 틀림없. 얼마 전 학생들과 함께 이태준의 <까마귀>로 글을 썼는데, 먼저 심미적 표현들을 두루 살피는 데 집중했다. 그다음 유미주의 작품들을 하나 둘 소환했는데, 학생들은 김동인의 <광화사>와 <광염소나타>를 이미 정독한 상태였다. 이에 소설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찾은 뒤 작가의 가치관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 보면 좋겠다는 팁을 제시했다. 학생들에게 다소 어려운 과제일 수 있지만, 독서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라 문제 될 게 없었다.


경험은 창조의 원동력이다


경험치는 돈으로 살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다. 시대, 나이, 성별, 성격에 따라 같은 상황을 다르게 기억하기 때문에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경험이 더 오래 남는다. 다만 감정을 넘어 통찰의 기회로  위해서자신의 경험을 곡 씹어 봐야 한다. 어떤 생각과 감정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이 모든 것이 한 조각으로 맞춰지면 비로소  창조의 을 얻게 다. 일상의 작은 일들이 하나의 형식으로 융합될 때 예술로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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