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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덕골 이선생 Jan 22. 2024

소통하며 배우자

"누구 가르치고 있어요? 선생님은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그거 해야 됩니다. 그래야 살아요 " 명리학 교수가 내게 처음 한 말이다. 그 뒤로도 "선생님은 소통하는 대상이 필요해요. 나이, 성별 다 무시하고, 맘이 통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세요"라는 말로 나를 놀라게 했다.

  맞다. 나는 소통이 힘들다. 소통 자체가 힘들기보다, 외부로 쓰는 에너지가 다. 누군가는 소통으로 힘을 는데, 나는 오히려 뺏긴다. 소통하고 공감하다 보면, 내 안에 에너지가 소멸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낯선 대상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친구가 미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시회를 열었다. 일취월장 달라지는 그의 그림을 보며, 나도 뭔가를 해야지 싶었다. 그래서 그림을 시작했다. 이내 브런치에 글을 올려보라는 그의 추천에 따라, 매주 두 편의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



(삼원스케치북, 스텐들러, 신한물감, 색연필)

그녀는 일러스트 사회에서  유명하다. 처음 만났을 때 텐션도 높고 말수도 많아,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 생각했다. 끊임없이 설명하고 전달하는, 열정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눈을 맞추고, 동조의 제스처를 취하는 게 어색했다. 그럼에도 학생의 수용적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매주 선생님의 열정에 이끌려 하나 둘 나갔. 그녀의 지도에 따라 뭔가 이루겠다포부가 생겼고, 발짝 성장하는 걸 느꼈다.

  칙칙하고 평면적이다는 평가가 많았다. 상처받을 만한 얘기도 있었지만, 지도 방식이라 생각했다. 사실 그림은 취향에 따라 달라지니, 나만의 개성이라 합리화한 부분도 있었다.  회원들과 교류하, 서로 간의 어려움을 공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타인의 시선에 귀 기울이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들의 취향에 눈을 돌렸고, 전에 없창작물도 생겼다.



문학으로 공감력을 키울 수 있다.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고,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비판하는 눈도 생긴다. 나는 작가만의 사색과 신념이 드러나는 글, 인간의 본성이나 내면을 꿰뚫는 작품들이 좋. 이상의 <날개>나 오상원의 <유예> 등을 읽으면, 주인공의 입장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의식의 흐름을 좇아가는 구조가 감정이입을 가능하도록 만든다.

  얼마 전 예비중 학생들과 <돌의 미학>을 읽었다. 미학이라는 개념조차 모를 아이들과 '돌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다니, 시도 자체가 모험일지도 모른다. 수업 전에 한 학생이 "돌에 아름다움이 있다니, 작가가 미친 게 아냐."라고 말했다. 곧이어 "맞아. 난 돌을 보며 주워 던질 생각만 했지, 한 번도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라고 답했다. 둘은 자신들이 한 말에 웃음보가 터졌는지 깔깔대며 좋아했다. 그 옆에 한 학생이 "돌 자체가 아름답기보다 옆에 있는 풍경이 함께 있으니, 서로 예뻐 보이는 게 아닐까요."라는 말을 건넸다. 두 친구는 그의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어려운 문장을 하나씩 읽어주며, 작가의 의도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며, 돌에 대한 인식을 더해 나갔다.

 

소통하며 배우자


소통의 효과는 다. 첫째, 각계각층의 사람과 만나면서 정보를 얻는다. 둘째, 내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다. 셋째, 감정적 정화를 이루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넷째, 사람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내적 성숙을 이룬다.  다섯째,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키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그 유명한 명제처럼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며 산다.  가지 분명한 건 과도한 소통에 이끌리면, 내 존재를 망각할 수 있다. 이에 내 마음이 진정 그러한지를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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